영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 1960년 아카데미상 감독 각본 제작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한 빌리 와일더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미국 LA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향년 95세. 와일더 감독은 지난해 12월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투병생활을 해왔다.
감독 각본가 제작자로 활동한 빌리 와일더는 사회성과 풍자성이 강한 코미디로 1950, 6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일구었다.
할리우드 느와르의 고전으로 꼽히는 ‘선셋 대로’, 마를린 먼로 주연의 ‘7년만의 외출’(55년)과 ‘뜨거운 것이 좋아’(59년), 오드리 헵번 주연의 ‘사브리나'(54년)와 ‘제17포로수용소'(53년) ‘하오의 연정'(57년) 등이 대표작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와일더 감독은 빈 대학 졸업 후 베를린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1933년 히틀러를 피해 할리우드로 이주했다.
서부영화광이었던 그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 이름을 새뮤얼에서 빌리로 바꾸고, 42년 코미디 ‘다수와 소수’로 데뷔했다.
잭 레먼, 마를린 먼로, 험프리 보거트, 마를렌 디트리히, 개리 쿠퍼, 제임스 스튜어트 등이 그의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평생 티셔츠와 모자를 고집한 괴짜 감독으로 미국에 살면서도 독일식 말투를 고치지 않았으며 “내 영어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투투 대주교를 닮았다”고 말했다.
엄청난 미술작품을 모아 ‘작은 미술관’으로 불린 그는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리얼리스트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긴 로맨티스트이기도 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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