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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르네상스 미술은 후ㆍ원자 부권력 과시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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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르네상스 미술은 후ㆍ원자 부권력 과시의 산물

입력
200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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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이은기 지음/시공사 발행/1만8,000원“화가는 그들의 재능을 팔고, 재력가는 그림을 통해 부를 과시하고 권력자는 그들의 힘을 선전했다.”

이은기 목원대 미대 교수는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를 통해 르네상스 미술작품의 숨은 뜻 읽기에 나선다.

그는 문예부흥기 쏟아져나온 미술작품의 순수성을 의심한다.

그리고 르네상스 미술은 화가의 돈주머니를 틀어쥔 자, 이른바 후원자(patron)의 부와 권력 과시를 위한 주문생산품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르네상스문화의 최대 후원자 메디치가가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같은 재능을 거두어들인 속셈도 역시 돈과 권력이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궁에 남아있는 벽화 ‘동방박사들의 행렬’(1459년, 베노초 고촐리).

코시모, 피에로, 어린 로렌초 등 메디치가 3대의 초상이 동방박사의 행렬에 끼어있다.

저자는 여기에는 15세기 피렌체의 신흥가문으로 부상한 메디치가가 교회내에서 지위, 즉 정치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미술작품을 이용한 르네상스인의 이미지 조작 및 관리는 정교하다.

고리대급업자 엔리코 스크로베니는 파도바 스크로베니 예배당 벽화 ‘최후의 심판’에 마리아에게 예배당을 봉헌하는 모습을 남김으로써 면죄부를 획득한다.

르네상스의 초상화는 화가가 본 그대로가 아니라 주문자가 이렇게 보였으면 하고 원하는 대로 그려졌다.

실제보다 젊고 위엄이 넘치는 모습이다.

저자는 메디치가의 몰락 후 프랑스, 로마 등의 틈바구니에 낀 피렌체에서 왜 2,500년전 이스라엘 왕 다윗의 조각이 유행했을까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져본다.

자유와 방어를 상징하는 애국적 영웅을 내세움으로써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답한다.

르네상스 미술과 권력층의 정치적 전략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치중한다.

1994년부터 학술지를 통해 발표한 저자의 논문 9편을 수정해 엮었다.

요즘 유행하는 미술관 기행 가이드처럼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200여 르네상스 회화 및 조각 도판은 저자의 논리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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