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김인식 두산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왼손 대타 최훈재의 은퇴에 이어 오른손 대타 이도형마저 한화로 갔기 때문이었다. 막강화력을 자랑하는 두산에 어울리지 않는 한가한 고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그것은 야구를 모르는 이야기다. 선발라인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대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두산 내야수 문희성(29)이 29일 잠실구장서 열린 롯데전서 시범경기 첫 만루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김 감독의 고민을 해결했다.
5회 2사 만루서 타석에 선 문희성은 롯데 선발 박지철의 5구 슬라이더를 통타, 좌측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05m짜리 그랜드슬램. 두산은 문희성의 만루홈런 등 타력을 앞세워 롯데를 8-0으로 완파했다.
195㎝, 110㎏의 거구 문희성은 홍익대 재학시절 아마야구 거포로 명성을 날렸지만 1997년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첫 해 대타요원으로 뛰었을 뿐 이후 우즈와 강혁 등에 밀려 1군과 2군을 오가는 불운을 겪었다.
이날까지 시범경기 8게임서 15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문희성은 “믿음직한 대타요원으로 팀에 기여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화는 대전서 열린 기아와의 시범경기서 6-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인천구장서 열린 현대와 SK의 경기에서는 현대가 SK를 6-4으로 눌렀다.
이날 대구구장서 열릴 예정이었던 LG와 삼성의 시범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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