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맞이한 부부가 서로 옷을 선물하려고 백화점에 갔다.이 부부는 강남에서 잘 팔린다는 프랑스 명품 옷을 걸쳐보기도 하고, 한국산 고급브랜드의 제품도 입어보기도 하면서 어느 것을 고를까 고민하다, 결국 한국산 브랜드의 옷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결정 이유는 생각 외로 매우 간단한 것이었다. 내 몸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요즘 고가의 해외 명품들이 한국시장에 많이 선보이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명품에 대한 소개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또 한국 디자이너들도 명품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하여 상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심지어 중국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해외명품시대, 첨단디자인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한국패션시장은 다른 국가와 달리 위 부부의 예처럼 실제 구입하는 제품 브랜드는 한국산 토종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모 기관에서 조사하는 브랜드파워에서 1위는 한국산 토종브랜드였다.
신사복에서는 갤럭시, 캐주얼에는 빈폴, 여성복에는 데코 등이 대표적인 파워브랜드이다. 우리는 이들을 국민브랜드라고 한다.
왜 한국 패션시장은 국민브랜드의 천국일까?
이들은 길게는 30년, 짧게는 15년 넘게 한국 기성복 역사와 함께 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옷 입는 습관과 몸의 체형을 잘 알고 있어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인은 ‘패션’이라는 유행어를 접한 역사가 겨우 30여년 밖에 되지 않았으면서도 무조건적인 유행이나 해외 명품브랜드 대신 내 몸에 맞는 옷을 선호하는 명민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컨대 한국인은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멋을 낼 줄 아는 세계 최고의 패션 에티케터이다.
근래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명성왕후’에서 대원군이 발휘하는 정치력처럼, 무조건적인 외국 문물의 배척이 아니라 바깥 것을 내 몸에 토착화될 수 있도록 재구성해서 받아들이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내려온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혜가 우리 나라 패션시장을 한국 토종브랜드 천국으로 만드는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 이유순ㆍ삼성패션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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