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하이닉스 반도체 사장은 내주 중 이사회를 열어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매각 반대안을 상정하겠다고 29일 밝혔다.박 사장은 이날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2001 회계연도 결산 승인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매각 찬반을 묻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문제도 이사회에서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 매각 반대안을 긴급 의안으로 상정하려 했으나, 의사정족수 및 표결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의안 상정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은 소액주주들의 매각 반대와 정부 및 경영진에 대한 집중 성토로 시종 파행을 거듭하며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다. 소액 주주들은 회의장에 ‘헐값매각 결사반대’ ‘정부당국자와 채권은행장은 퇴진하라’는 피킷을 들고 매각에 거칠게 항의했으며, 회의 내내 야유와 고성이 오가며 일부 몸싸움도 벌어졌다.
박 사장은 마이크론과 협상진행상황에 대해 “아직까지 분명히 합의된 것이 없고 서명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며 “지금보다 더 좋은 안이 나와야 협상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매각타결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소액 주주들은 ▦D램 부문의 분할 및 매각협상을 중단할 것 ▦독자생존 방안을 강구할 것 ▦5월 이내에 임시 주총을 열어 매각중단을 결의할 것 등을 요구하며 매각협상 자체에 제동을 걸었다.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 오필근 의장은 “회사의 77%를 차지하는 D램 부문을 팔고 23%짜리 비메모리부문만 남기는 것이 어떻게 구조조정이냐”며 “반도체 값이 오른 만큼 채권단이 마이크론에 매각 지원하는 수준으로 하이닉스를 지원한다면 충분히 독자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날 매각반대 및 독자생존 강구를 골자로 한 긴급 안건을 마련, 주총 의안으로 긴급 상정하려 했으나 표결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상정자체가 무산됐다.
대신 박 사장은 “소액주주들의 매각반대 의사를 충분히 확인한 만큼 곧 이사회를 열어 의견을 전달하고 5월중 임시주주총회 소집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매각반대를 위해 표를 결집해 임시 주총에서 매각을 무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의 전체 발행주식(10억주) 가운데 이날 참석한 소액주주는 1%에도 미달하는 980만주에 불과했다. 더욱이 앞으로도 분산된 소액주주 표를 모으기도 힘들어 표결을 통한 매각 저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 사장 역시 매각반대 결의안의 이사회 상정은 소액주주 의견을 전달한다는 뜻일 뿐 매각협상은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