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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노점상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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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노점상 철거

입력
200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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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월드컵을 앞두고 강력한 노점상 단속 방침을 발표하고 노점상들이 대규모 시위로 맞서 노점상 단속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총련ㆍ의장 이필두·李弼斗·55)은 28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앞에서 항의시위를 갖고 노점상 양성화와 영세민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노점이 도시 미관과 주거 환경, 보행권을 해치고 있으므로 노점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의 노점상 대책을 주관하는 이상설(李相卨ㆍ51) 서울시정개혁단장과 5,000여 노점상들이 가입한 전노총련의 이필두 의장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봤다.

▽찬성 - 철거는 불가피하다

'주건환경보행권 해쳐 영업허가땐 상거래 혼란'

“불법 영업을 어떻게 그냥 둡니까. 서울시가 노점상 단속에 나서는 것은 시민이 시에 위임한 공무를 정당하게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상설 단장은 노점상들에게 영업 허가를 내줘 제도권으로 흡수하라는 일부 의견에 대해 “공공 용지에 어떻게 영업 허가를 내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목 좋은 곳의 노점에는 수천만원대의 권리금이 오가고 벌어들이는 수입도 만만치 않아요. 이들에게 영업 허가를 내주면 노점 영업이 합법화돼 엄청난 상거래 혼란이 벌어질 겁니다.”

일부 선진국들이 노점을 양성화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달리 잘못 알려졌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선진국들도 서울시의 가로판매대에 해당하는 노점에 한해 영업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불법 노점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꼭 필요한 곳에는 가로판매대를 허용하고 조리 식품을 팔도록 하고 있어요. 우리와 선진국의 노점상 대책은 사실상 똑같습니다.”

이 단장은 또 노점상들의 생존권만은 최대한 배려하면서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단속은 지하철역 인근 등 시민의 불편이 크고, 민원이 많은 지역에 한해 이뤄집니다. 서울 시내 노점상 1만8,000 곳 중에서 4,000곳이 이번 단속에 해당합니다.”

그는 “서울 시민도 노점상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노점상들로 인해 겪는 불편에 대해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반대 - 양성화 방안을 찾아야

'생존 차원 어쩔수없어 관광 활용 사고 전환을'

“정부와 서울시가 월드컵을 계기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노점상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찾기를 바랍니다.”

이필주 의장은 “서울시가 노점상 단속에 나서기로 한 이상 노점상들도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시민 단체들과 연계해 노점 합법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단속을 안 하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단속에 나서는 이유가 뭐냐”면서 “무슨 큰일이 있을 때마다 단속을 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관광자원화 하는 방안 등 제3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0년 10월에 열린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예를 들면서 서울시가 전노총련에 자치권을 부여해 자체 정화 및 단속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아셈 행사기간에 전노총련은 아셈 회의장 근처의 노점상 영업을 금지시켰을 정도로 노점상들에게 통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노총련에 자치권을 부여하면 노점상들이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각 지역에서 명소가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이 의장은 특히 노점상이 예전의 영세 상인이 아니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점상은 자식에게도 숨기면서 하는 천한 직업이예요. 돈을 번 노점상이 없지는 않겠지만 웬만큼 먹고 살만하면 누가 단속에 긴장하면서 장사하고 싶겠습니까.”

그는 또 노점 영업을 하지 않으면 노점상들의 공공근로를 지원하겠다는 서울시의 타협안에 대해 “공공근로 지원신청을 냈더니 3개월 이상을 기다리라고 했다”고 반박하면서 “노점상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방해가 된다면 월드컵 기간동안 노점상 영업을 하지 않을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노점상 서울 시내에만 1만8,000개

고정된 점포없이 길거리에서 손수레나 소형 트럭에 물건을 싣고 다니며 파는 상인을 가리키는 노점상은 서울 시내에만 1만 8,0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이들 노점상의 75%가 하루 3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어 공공근로 일당 2만원보다 높다.

고졸이상이 전체 노점상의 46.9%, 50대 미만이 59.6%를 차지한다.

서울시는 노점상은 모두 불법이라며 단속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하고 상인들이 조직화돼 있어 쉽지 않다는 게 시측의 해명이다.

서울시가 최근 조리해 판매하는 식품과 그렇지 않은 식품을 구분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가로판매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노점상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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