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식시장에서 도망쳐 나올 때가 아니라 숨을 고르고 전열을 재정비할 때입니다. 조금만 길게 보면 아직도 시작에 불과합니다.”삼성투신운용 김영준(金永駿ㆍ41) 수석 펀드매니저는 지수 900을 훌쩍 넘어버린 증시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이 “이제 상투가 아니냐”고 우려하는 것과 관련, 이렇게 말했다. 6개월여만에 ‘더블’이 돼 버린 종합주가지수를 염려하는 것은 시장의 심리상 당연하지만 결국 종합주가지수는 1,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고 이때부터 시중 자금은 본격적으로 증시에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1987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한 뒤 92년 대우투자자문에서 펀드 운용 첫 발을 디딘 김 수석이 지수 네자리수 시대를 공언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세계 산업지도의 변화에 적합한 구조라고 보기 때문. 그는 “우리 경제는 이미 TFT-LCD, 반도체, 조선, 철강, 휴대폰, 인터넷 보급률, IT 활용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공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만과 홍콩은 IT산업에 치중돼 있고 일본은 공업사회 틀이 너무 강해 상황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수석의 지적. 특히 IMF를 겪으며 기업이 투명해지고 은행 대출 관행 등도 개선됨에 따라 예전에 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무너져 내린 것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99년 ‘플래티늄 펀드 시리즈’로 수익률 100%의 신화를 이뤘고 지난해에는 펀드평가기관 제로인이 선정한 베스트 펀드에 선정됐다. 이러한 수익률 비결에 대해서 그는 “최근엔 펀드매니저 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펀드를 운용한다”며 “철저하게 개별 기업들의 실적에서 출발하고 거시경제 상황 등도 참고, ‘지수 플러스 알파’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원칙은 결국 지수 관련 대형 우량주 중심의 운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김 수석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종목추천 요청에 “간접 투자를 권하고 싶고 굳이 직접 투자를 하겠다면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살 만한 주식들을 보유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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