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최근 필자는 동남아 경제시장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중국 싱가폴 대만 홍콩을 둘러보면서 새로운 경제구도에 대응해 고민하면서 노력하는 각국의 입장을 접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1965년 8월 독립할 당시만해도 인종갈등으로 무질서가 판치는 사회혼란 속에 1인당 국민소득 400달러의 극빈한 나라였다.
지금은 물자와 정보유통의 중심지로서 국민소득 3만달러의 경제강국이 되었다. 이 배경에는 독립 당시부터 취임한 리콴유 수상의 일류국가를 향한 국가발전 모델이 있었다.
싱가포르는 민간기업이 중심이 된 아시아의 허브로써 지속성장을 위한 또다른 발전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리콴유(李光曜) 수상은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이라는 자서전에서 “30년만에 제3세계의 빈곤으로부터 해방되다. 이제 예술, 문화 그리고 사회적 기준을 우리가 이룩한 정치, 경제적 수준처럼 높이 올리려면 또 다시 30년을 뛰어가야 한다”며 제2의 국가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때 중국의 관문으로서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으로 각광 받았던 홍콩의 경우는 좀 다른 상황이다.
중국 시장의 개방화 정책에 따라 대중국 직접투자가 일반화하면서 종전의 아이덴티티가 탈색,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재정적자 만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시장의 개방이라는 대변화에 대비한 발전모델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 말할 정도로 복합적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재정능력은 있지만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자성론만 무성할 뿐,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가등급까지 하락하는 등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의 록펠러 센터를 삼키던 일본의 위세는 사라지고 90년대 이후 IT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개편에 성공한 미국에게 21세기의 경제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중국으로의 생산기반이 이동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에 따른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어떤가. 60년대초부터 경부고속도로 등 물류망의 확충과 철강 전력 용수 등 산업 인프라를 집중 육성,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의 발전기반을 마련했다.
90년대 들어 IMF 경제위기를 맞았지만 IT산업과 벤처기업 육성 등 민첩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이러한 대응은 일단 새로운 경제체제 구축에 성공한 것 같이 보이지만 국가적 발전모델을 구축해 나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벤처거품론과 각종 게이트로 위축된 IT와 벤처 산업을 어떻게 재도약 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은 우리의 선택이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어떻게 새로운 판을 짜고, 어떠한 발전모델을 정립할 것인지 정부와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금룡ㆍ㈜옥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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