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차기 전투기(F-X) 사업이 27일 미국 보잉사의 F-15K로 사실상 결정됨으로써 이 기종이 도입되기 시작되는 2004년부터는 우리 공군도 제4세대 전투기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그러나 그동안 기종 평가와 결정을 두고 수 차례 연기 소동에다 막판에 각종 압력설과 의혹제기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여서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정 배경과 의미
국방부는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Rafael)과 F-15K를 2단계 평가 대상으로 복수 선정했으나, 외교·정책적 고려에 따라 결국 미국 기종이 최종 낙점되리라는 데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동진(崔東鎭) 국방부 획득실장이 “1차 평가에서 라팔이 F-15K에 비해 근소하게 앞섰지만, 유로 대 달러의 예측환율(DRI)을 적용할 경우는 오히려 F-15K가 3%이상의 점수차이로 앞선다”고 애써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과거 대형무기도입 사업들이 번번이 밀실 협상에 따른 뇌물수수 등으로 얼룩졌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적인 경쟁절차가 실행됐다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군 내부에서도 “항상 고압적 자세를 보여왔던 미국에게 공개 경쟁과정을 통해 우리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토록 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기종 결정을 통한 차기 전투기 사업의 본격 추진으로 노후 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 공백을 조기에 메우고 미래 위협에 대비한 최소 수준의 항공전력 유지도 가능해 졌다. 공군은 특히 오랜 숙원이었던 원거리 전략타격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파장과 문제점
국방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임을 거듭 강조했으나 이에 대한 견해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수명비용 주기 35.33% ▦임무수행 능력 34.55% ▦군운용 적합성 18.13%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 11.99%의 1단계 평가요소와 관련, 객관적 성능이 앞서는 라팔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분야(군운용 적합성, 기술이전 부분)의 가중치가 현저하게 낮은 점이 지적돼 왔다.
국방부도 핵심기술 이전조건에 대해서는 라팔의 우월성을 인정했었다. 군운용 적합성 등과 관련해서는 평가배점 하한을 0점이 아닌 60점으로 높인 점도 논란이 됐다.
F-15K가 상대적으로 비싼 점도 문제. 라팔이 41억여 달러를 제시했던데 비해 F-15K의 도입 비용은 44억6,000만달러(5조8,738억원)여서 계획예산(4조295억원)보다 1조8,000억원을 초과한다.
F-15K의 가격 대비 절충교역 비율도 국방부 기준 70%보다 적은 64%에 그친데다, 기계식 레이더도 전자식으로 교체해야 하는 점 등도 추가부담 요인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외교적 마찰. 이와 관련, 군 안팎과 외교가 주변에서는 “한·미동맹관계 상 결과가 뻔한데도 굳이 선진 6개국을 들러리로 세운 것은 오히려 국익에 큰 해를 끼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F-15K는 어떤 전투기
차기 전투기(F-X)사업 기종으로 사실상 결정된 F-15K는 미국이 구 소련의 마하 3급 전투기인 미그-25기에 대응하기 위해 1972년 개발한 F-15E(일명 스트라이크 이글)의 최신 버전이다. F-15E는 현재 미 공군의 주력 기종으로 주ㆍ야간 장거리 작전 및 공대공전투 능력이 뛰어나다.
걸프전 당시 260대가 출동, 2대만 손실돼 전투능력을 입증했다. 한국에 납품된다는 의미로 ‘K’가 붙은 F-15K는 최신 레이더와 조종석 기능을 일부 개량했다.
한차례 연료주입으로 1,800㎞ 이상의 전투 반경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며, 최신 작전 레이더와 지상 이동 목표물 추적 등의 장치가 장착돼 조종사가 먼 거리에서 목표물을 인지할 수 있다. 주파수를 신속히 변경, 적기 추적을 따돌리는 스텔스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B-57ㆍ61 등 핵폭탄 적재도 가능하다. 그러나 종합 평점(1차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에 비해 조종이 다소 까다로울 뿐 아니라 적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이 높고 이ㆍ착륙 활주로 거리도 3배나 길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미 공군이 최첨단 전투기인 F-22(일명 랩터)로 주력기종을 바꿔가는 추세인데 반해 구형이라는 점과 머지않아 단종된다는 점도 약점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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