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26일 러시아 베링해에서의 올해 명태잡이 물량확보가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밝혔다.러시아가 민간쿼터를 배정하면서 자국어선에 우선 입찰을 실시하기로 확정해 우리나라 어선에 돌아올 쿼터가 크게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당초 베링해에서 확보하려던 민간쿼터는 14만톤으로 올 명태목표어획량 20만톤의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 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면 명태 수급대란이 빚어진다는 뜻이다.
시계를 3개월 뒤로 돌려보자. 작년 12월 한ㆍ러 어업협상을 마무리한 해양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내년 명태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러시아가 명태 총허용어획량(TAC)을 절반으로 줄이고 우리나라 정부쿼터는 28%(1만톤) 감소하는 등 악조건이 분명했지만 해양부는 “민간쿼터 국제입찰에서 14만톤 이상을 확보하면 수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한 달만 더 거슬러가자. 작년 11월 해양부는 “러시아가 베링해 민간입찰 물량을 25만톤으로 늘리기로 해 이를 활용하면 명태 어획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4월 말 시작되는 베링해 민간입찰물량은 현재 19만여톤으로 굳어졌다.
10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해양부 장관이 “내년 어획쿼터를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합의했다”는 -결국 실현되지 못한-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과의 꽁치분쟁으로 남쿠릴 수역에서 쫓겨날 때, 마지막 순간까지 ‘문제없다’는 말이 앞섰던 기억도 잊기 힘들다.
한 나라의 수산 해양정책을 책임지는 해양부의 현안 대응방식이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연상시킨다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나마 이번에는 해양부가 수급차질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는 점이 다행이다.
진성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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