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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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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샤갈

입력
2002.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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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3월28일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이 98세로 작고했다. 샤갈은 20세기 표현주의 회화를 대표할 만한 작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운 뒤 23세에 파리로 가 큐비즘의 세례를 받았다.그는 젊은 시절 파리와 베를린에서 이름을 얻은 뒤 조국 러시아로 돌아가 한 동안 혁명기의 이런저런 미술 단체들을 꾸려나갔다.

그러나 결국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서유럽으로 나왔고, 나치스의 유대인 박해가 심해지자 대서양을 건너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을 미국에서 보냈다. 종전 뒤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그 곳에 완전히 정착했다.

샤갈이라는 이름은 이른바 에콜드파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파리파(派)라는 뜻의 에콜드파리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파리 몽파르나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외국 출신 화가들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의 모딜리아니, 러시아의 샤갈, 불가리아의 파스킨, 폴란드의 키슬링과 고틀리브, 리투아니아의 수틴과 반드, 우크라이나의 민싱 등이 대표적 작가들이다.

이들은 또 대개 유대인들이었다. 각자의 조국에서 뿌리를 잃고 파리에 모인 유대인들로서, 에콜드파리는 현대의 불안과 고뇌를 화폭에 담으며 독자적인 개인주의 예술을 확립했다.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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