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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네티즌 F-15K 내정에 거센 반발 "결국 특정機種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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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네티즌 F-15K 내정에 거센 반발 "결국 특정機種 봐주기"

입력
2002.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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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차기 전투기(F-X)로 미 보잉사의 F-15K가 사실상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 등은 “‘특정 기종 봐주기’가 현실화했다” 며 거세게 반발했다.네티즌들도 ‘매국노’ ‘앞잡이’등 격한 말들을 앞세우며 불만과 분노를 드러냈다. 이들은 “1단계 평가과정과 결과 투명 공개는 물론, F-X사업을 전면 연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반응

참여연대 경실련 한국여성단체 연합 등 9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는 국민세금 4조3,000억원을 지출하면서도 선정과정의 잇딴 의혹에 대해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평가기준 공개 등을 요구하는 여론조차 묵살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국방부의 ‘F-15K 편들기’ 의혹을 제기했던 조주형(趙周衡)공군 대령의 육성녹음 등을 추가로 공개하고 “이 같은 의혹들이 해명되지 않는 가운데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할 경우 프랑스 등과의 외교 마찰 등 국가 신인도 추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민주노총,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등 6개 단체도 이날 국방부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갖고 “여론에 귀를 막은 F-X사업의 강행은 국가적ㆍ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F-15K선정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기종 선정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최동진(崔東鎭) 국방부 획득실장을 이날 군검찰에 고발했다.

불평등한 소파(SOFAㆍ한미주둔군지위협정)개정국민행동 오두희(吳杜姬) 위원장은 “시민단체들이 신중한 결정을 촉구했는데도 오히려 결정을 앞당겼다는 점에서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회사원 윤모(34)씨는 “이번 선정은 대북관계 경색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악화한 국민들의 반미감정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들끓는 네티즌

이날 오전 언론사 홈페이지 등은 네티즌들의 항의글로 곧바로 도배돼버렸다. 특히 국방부 홈페이지(www.mnd.go.kr)는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쇄도하면서 오전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보라매’라는 ID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지난 동계 올림픽서 금메달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4조원의 혈세를 고물전투기에 갖다 바치느냐”고 질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민의 자존심이나 여론에 귀를 막고 밀어붙이는 국방부는 미국의 대변인”이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양모씨는 한 사이트에 ‘오호 통제라’로 시작하는 ‘시일야방성대곡2’를 올려놓기도 했다.

이밖에 “기술력이 떨어지는 기종 선정을 강행하는 것은 이적행위와 마찬가지”(ID 동대문) “국방부는 펜타곤(미 국방부) 한국지사” “이완용보다 더한 국방부 관계자”등의 거센 항의가 종일 인터넷을 달궜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F-15K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선정과정을 공개토록해 공정성부터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며 냉철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차세대' 부끄러워 '차기'로 개칭?

국방부는 당초 F-X를 최신예 첨단 전투기를 도입한다는 의미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라고 불렀으나 최근 평가작업 막바지에 돌연 ‘차기 전투기 사업’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 때부터 공군 등 군 주변에서는 국방부가 이미 미 보잉사의 F-15K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돌았다.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과 유럽 4개국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유러파이터는 최근에 개발된 최첨단 기종인데 반해, F-15K는 30년전에 개발돼 상대적으로 노후된 기종이기 때문.

사실 이전부터 F-X사업과 관련해 각종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무기 매니아와 무기관련 전문가사이에서는 명칭 논란도 함께 벌어졌었다.

“‘차세대’란 명칭에 도저히 걸맞지 않은 F-15K를 들여 오려거든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명칭에 걸맞게 하려면 최신예 기종을 선택하라”는 것.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요되는 전투기 전부를 일거에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때 그 때 ‘차기 전투기’라는 표현을 쓰는 게 옳다고 판단해 명칭을 바꿨을 뿐 특정 기종을 겨냥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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