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 탄생한 고려 때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옛 인쇄문화의 흐름을 다각도로 짚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청주고인쇄박물관은 29일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고활자'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박물관은 18일부터 같은 이름의 전시회도 열고 있는데 서적은 물론, 활자와 인쇄도구까지 180종 15만 점의 자료를 전시해 조판ㆍ인쇄 전 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이 분야 전문 박물관이다.
이번 학술회의와 전시회는 특히 관 주도의 금속활자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조선시대 민간의 목(木)활자 인쇄술을 집중 조명했다.
관 주도 금속활자가 인쇄술의 정수를 보여준다면, 사찰과 문중에서 제작돼 문집이나 족보 등의 간행에 쓰인 다양한 목활자들은 우리 옛 출판문화의 넓은 저변을 보여주는 것.
진양 하씨, 임하 임씨 등 문중에 전해지는 다양한 목활자와 인쇄 용구를 전시하고, 영ㆍ호남 지역별 목활자 특성, 조판 기술도 상세히 소개한다.
이밖에 조선 순조 16년(1816년)에 제작된 동활자인 전사자(全史字) 실물(서울대 규장각 소장)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박물관은 또 '고려시대 기록문화 연구'(남권희 경북대 교수 저)도 펴냈다.
활자 인쇄술은 물론 사경(寫經) 등 필사본, 왕의 교서 등 각종 문서, 당시 언어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구결(口訣ㆍ한문 구절 끝에 다는 토를 약호로 나타낸 것)에 이르기까지 기록문화 전반을 집대성했다.
남 교수는 "이번 전시회와 학술회의가 민간을 포함한 우리 기록문화를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