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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저널 / 피 한방울만 섞여도 "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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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저널 / 피 한방울만 섞여도 "흑인"

입력
200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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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열린 제74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덴젤 워싱턴과 할 베리 두 흑인이 주연 남녀 주연상을 수상하자 미 언론들은 ‘흑인들의 쾌거’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이날 사회를 흑인 여자 코미디언 우피 골드버그가 맡았다는 점도 이채로웠지만 압권은 베리가 흑인 여배우로는 최초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순간이었다.

베리는 눈물을 흘리며 “이름 없고 얼굴 없는 모든 유색 여인들에게 이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이 순간 중계 카메라는 객석에 앉은 한 백인 여성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눈물을 머금은 이 여성은 베리의 어머니 주디스 여사였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기자는 무언가 씁쓸한 기분을 가눌 수 없었다. 어머니가 백인이면 산술적으로 베리는 ‘절반의 백인’인데 왜 흑인으로 규정해 버릴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관습적으로 인종을 분류할 때 ‘한 방울(One Drop)원칙’을 따른다. 단 1%라도 흑인 피가 섞였을 경우 흑인으로 분류된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 분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직도 백인 우월주의가 엄연한 현실에서 어느 인종이냐, 특히 흑인인지의 여부는 개인의 운명을 거의 좌우하기 마련이다.

베리는 ‘한 방울원칙’에 따라 분명 피부가 갈색인데도 그간 흑인 배우로 불려왔고 자신도 이 같은 대우를 고스란히 수용해 왔다. 그러나 이는 모두 백인이 규정한 전통에 따른 것이다. 순수 백인만이 백인이라는 ‘순결 원칙’은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인종차별 관행의 또 다른 족쇄임이 분명하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함께 스포츠계의 양대 스타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대회 우승 직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나는 흑인이 아니다”라고 선언해 충격을 던졌다.

우즈는 “태국인 어머니와, 흑인 백인 및 아메리카 인디언의 혼혈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동양계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나는 이를 모두 아우르는 ‘캐블리시언’으로 불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우즈는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흑인’으로 남아있다.

윤승용 워싱턴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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