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휴전 회담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아랍연맹 정상들이 27, 2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모여 중동평화 문제를 본격 논의한다.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월 제안한 평화안의 채택 여부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현안이다. 이 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점령한 지역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인정할 경우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간의 관계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안이 아랍 전체의 평화안으로 채택될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간의 관계에도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평화안 내용 및 쟁점
사우디의 평화안은 처음 제시됐을 당시에는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완전 철수하고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관계를 완전 정상화한다는 단순한 구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국가들의 의견 개진으로 이번 회의에서 압둘라 왕세자가 제시할 안은 다양한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의 쟁점은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내용이다. 당초 압둘라 왕세자가 제시한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완전한 관계 정상화’는 서로 대사관을 개설하고, 무역을 하며, 인적 교류를 자유화하는 등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시리아 등 강경 국가들은 이에 반발, ‘완전한 평화’라는 애매모호한 문구로 수정하자는 입장이다. 사우디 안에는 평화조약 체결까지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결론이 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아랍 국가 중 현재 이스라엘과 수교하고 있는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또 당초 언급이 없었던 팔레스타인 난민, 동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 등도 레바논 등의 제안에 따라 논의되게 됐다. 정상회담의 의제들을 정하기 위해 25일 열린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원칙만을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현재 회람되고 있는 여러 초안들은 유엔 결의안에 따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고향으로 귀환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정상회담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적대 정책과 중동평화와 관련해 매우 명확한 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라파트 수반 참석하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정상 회담 참석 여부는 26일까지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아라파트 수반이 참석하면 사우디 평화안을 논의할 분위기 조성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성토장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이 성립돼야 아라파트 수반의 여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의 압력으로 28일에 출국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아라파트 수반의 참석 여부는 26일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공격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 보도했다.
이날 폭력사태가 재발할 경우 샤론 총리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아라파트 수반의 출국을 허용치 않을 것이고, 조용히 지나갈 경우 베이루트 방문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6일 앤터니 지니 미국 중동특사의 중재 아래 제5차 휴전회담을 갖고 미국이 제시한 조지 테닛 휴전안에 대한 막판 절충 작업을 벌였다.
■사우디 평화안 초안 요지
▲ 아랍연맹은 포괄적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다음 조치들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
- 골란 고원과 레바논 남부를 비롯해 1967년 이후 점령 아랍영토에서 전면 철수
- 유엔결의안 194호에 따라 팔레스타인 난민문제의 공정한 해결책 모색
- 유엔안보리 결의 1397호에 따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를 영토로 하고 동 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 주권국가를 수용
▲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다음 조치들을 취한다.
- 아랍과 이스라엘인들 간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 체결을 검토
- 역내 모든 국가들의 포괄적 평화 구축
- 포괄적 평화의 맥락에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구축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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