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미국이 벌이고 있는 대 테러전의 2차 전장은 사실상 동남아시아다. 이슬람 인구의 저변이 넓을 뿐 아니라 실제로 기독교인이나 미국 대사관 등을 목표로 한 테러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다.테러 조직 알 카에다의 동남아 지부를 이끌며 최근 10년 간 이 지역 과격 테러를 주도한 인물은 말레이시아에 본거지를 둔 우즈타즈 함바리(36).
미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 최신호(4월 1일자)는 ‘아시아의 빈 라덴’이라는 제목의 커버 스토리로 동남아 각국 정보 기관들이 9ㆍ11 테러범 가운데 2명을 함바리가 직접 대면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밖에도 2000년 예멘의 미 군함 콜호 폭파 사건 혐의자를 만난 것은 물론 9ㆍ11 테러 공모 혐의로 유일하게 기소돼 곧 사형 구형 여부가 결정될 자카리아스 무사위와도 접촉했다.
이미 미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4개국 지명 수배자 명단에 올라있는 함바리의 영향력은 이 지역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에 버금 갈 정도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본명이 리두안 이사무딘인 함바리는 수단계 이슬람 가문의 전통에 따라 어려서부터 이슬람 교육을 받았다. 수하르토 정권의 강력한 이슬람 억압 정책에 불만이었던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21세에 종교 억압이 덜했던 말레이시아행을 결심한다.
그에게 지하드(성전)의 신념과 열정을 불어 넣은 곳은 아프간이다. 말레이시아 도착 한 뒤 몇 년 만에 아프간으로 떠난 그는 엄격한 이슬람 종파인 와하비파에 순종하며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무장 투쟁도 불사한다는 원칙을 체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레이시아에 돌아와 그는 대외로는 이슬람 사제로, 그 뒤편에서는 테러리스트로 활동했다. 함바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수 건의 은행 강도와 정치 암살에 개입했고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기독교인 수십 명을 숨지게 한 폭탄 테러 주모 혐의도 받고 있다.
9·11 테러범은 물론 2000년 예멘의 미 군함 콜로 폭파 사건 혐의자,9·11 테러 공모로 유일하게 기소돼 사형 구형 여부가 결정될 자카리아스 무사위 등과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동남아에서 빈 라덴에 버금가는 '악명'을 얻고 있는 그는 지난 해 1월 이후 종적을 감췄으며 현재 인도네시아 잠입 등 행적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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