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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茶밭…이산 저산 '초록파도'가 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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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茶밭…이산 저산 '초록파도'가 넘실~

입력
200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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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보성읍(전남 보성군)에서 바닷가 마을 율포로 빠지는 18번 국도다. 언덕의 이름은 봇재이다. 이 고개만 넘으면 바다가 보이겠지. 정상을 지나니 저 앞에 흰색 2층 누각이 보인다. 무엇을 보라고 지었을까. 별 생각없이 2층에 올랐다. 그리고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화들짝 놀랐다.바다가 보인다. 물바다가 아니다. 규칙적이고 푸른 파도를 지닌 차(茶)의 바다가 발 아래 펼쳐져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둘러보니 발 아래 뿐만이 아니다. 이산에도 저산에도 그리고 골짜기에도 온통 차밭이다. 모두 남쪽을 바라보는 비탈에 있다. 그래서 북쪽에서 다가갈 때 눈에 띄지 않았다. 바다에서 비롯된 차나무의 파도가 넘실거리며 산등성이를 기어오르는 것 같다. 신이 내린 가위손이 만든 작품일까. 인위적인 조경 중 가장 거대하고 아름답다.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누각의 이름을 그제서야 다시 확인했다. 다향각(茶香閣)이다.

보성이 차의 고장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1930년대 일본인들이 종자를 처음 뿌렸다.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습한 바다 안개 등 차 재배에 적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성의 풍토와 아름다운 경관은 그 종자를 완전한 우리 차로 만들었다. 향기와 맛의 기품에 있어서 일본 사람들도 감탄할 정도이다. 현재 차밭의 면적은 150만 평이 넘고 전국 차 생산의 80%를 담당한다.

차밭은 4월로 접어들면서 더욱 아름다워진다. 현재의 잎은 지난 해에 나온 것으로 진초록색이다. 지금 새순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새순의 빛깔은 노란색에 가까운 연초록. 진초록과 연초록이 섞이면서 생명의 색깔을 연출한다.

다향각에서 차를 파는 아저씨는 4월 초순부터 찻잎을 딸 예정이라고 한다. 찻잎은 대부분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따야 상품성이 있다. 6월 이후의 다 자란 찻잎은 엽차로 쓰거나 그냥 내버려둔다. 곡우(穀雨ㆍ4월 20일) 이전에 딴 차를 우전(雨前)이라고 부르는데 단연 최상품이다. 양질의 차를 만들려면 손으로 일일이 따야한다. 그래서 찻잎을 따는 철이면 인근 마을에서 대규모 원정단이 파견된다. 연녹색 차나무의 파도와 그 사이사이에 들어앉아 찻잎을 따는 사람들. 아름답고 향기로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대규모로 차를 재배하는 업자들이 조성해 놓은 다원에 들러볼 만 하다. 가장 유명한 것이 대한다업㈜의 보성다원(061-852-2593)이다. 1959년에 문을 열었으니 40년도 더 됐다. 보성읍에서 봇재를 넘기 직전에 있다. 다원에 들면 어쩐지 낯설지 않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의 촬영장소이기 때문이다. 영화 ‘선물’에서 이정재와 이영애가 걷던 삼나무 숲길, 모 이동통신 CF에서 비구니와 수녀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오솔길, 드라마 ‘온달왕자들’의 신혼여행 촬영지 등이 모두 이 다원 안에 있다. 가족 혹인 연인끼리 행복한 산보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물론 향기가 은은한 차도 시음할 수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에서 빠져 광주 외곽순환도로를 통과해 국도 15, 22호선을 번갈아 타고 화순까지 간다. 화순에서는 국도 29호선을 이용, 능주를 거치면 보성읍에 도착한다. 보성읍에서 율표로 향하는 국도 18호선을 약 8㎞ 쯤 달리면 다향각이다.

열차는 평일에는 서울역을 출발해 보성역(061-852-7788)에 닿는 무궁화호가 오전 8시 25분 한 차례 출발한다. 주말(금, 토, 일요일, 공휴일)에는 한 편이 증편돼 서울역에서 오후 7시 25분 발차한다. 보성읍에서는 율포행 군내버스를 타면 된다. 배차간격은 약 30분이고 약 15분이면 다향각에 이른다.

▼숙박시설

규모가 큰 숙박시설이 없다. 보성읍내의 여관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 귀빈장(852-2131), 나인모텔(852-2695), 동광장(852-9886), 아리아(852-1441) 등이 객실이 많은 여관이다.

▼먹거리

보성의 향토먹거리는 우렁탕. 논우렁과 된장, 마늘을 이용한 얼큰하고 구수한 탕이다. 벌교읍의 우렁식당(857-7613)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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