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국을 잊지 않고 산다면 언젠가 만날 친부모들도 우릴 대견해 할거예요.”26일 오전, 서대문구 대신동에 위치한 미혼모 보호시설 애란원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21명의 5~18세 소녀들이 찾아 들었다.
미혼모들 앞에서 부채춤, 칼춤 등 그 동안 갈고 닦은 한국의 전통무용 솜씨를 선보인 이 소녀들은 해외입양아들로 구성된 장미무용단원들.
이들은 “우리의 아기 때 모습인 것 같다”며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으려는 듯 입양을 앞둔 아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장미무용단은 ‘입양 자녀들에게 한국을 가르치자’는 취지로 1984년 미 위스콘신 주 일대 입양 부모들에 의해 탄생한 한국무용단.
150여명이 넘는 한국인 입양아들이 장미무용단을 통해 한국문화를 배웠고, 각종 지역 행사에 참가해 한국의 전통무용을 알려 왔다.
지난 21일 동방사회복지회 초청으로 양부모들과 함께 열흘 일정으로 모국을 찾은 이들은 서대문 복지관, 평택 어린이동산 등도 찾아 춤솜씨를 뽐낸다.
이번 방문에서 한 입양아는 친부모를 찾아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몸이 약해 미국입양 후 줄곧 시름시름 아팠다는 한순영(10)양은 양부모의 간곡한 부탁으로 23일 미혼모의 몸으로 순영이를 낳았다는 엄마와 잠시나마 재회할 수 있었다.
장미무용단 단장 브룩 지인 뉴마스터(한국명 유지인 ㆍ23ㆍ여)씨는 “한국춤은 한국과 나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끈”이라며 “한국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 나의 친가족들도 나를 알게 되고, 나를 버렸던 부모들도 다시 나를 찾고 싶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브룩씨는 생후 6개월 되던 때 미국에 입양돼 5살 때부터 한국무용을 배워 현재는 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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