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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代 강형관씨 영화같은 '프로레슬링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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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代 강형관씨 영화같은 '프로레슬링 인생'

입력
200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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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모에 검은 선글라스, 군복 차림의 레슬러 ‘솔저 강’은 183㎝, 115㎏의 거구. 오로지 힘으로 밀어붙여 상대를 들어 메치는 기술이 주특기이다.레슬러로 활약한 지 5년이 지났고 경기 출전도 20차례. 그러나 태권도, 합기도 유단자이자 10년이 넘도록 권투선수 생활을 해온 그이지만 아직 프로레슬러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서울 강남 노보텔의 안전관리과장 강형관(45ㆍ인천 남동구 구월동)씨. 깨끗한 외모에 풍채좋은 그가 솔저 강의 닉네임으로 사각의 정글에 뛰어든 까닭은 끝없이 불어나는 몸무게를 붙잡아 매고 싶은 소박한 바람 때문이었다.

▼나는 표범과의 대면

5년전 친구와 함께 영등포구 양평동의 체육관을 찾아가 프로레슬러 이왕표 관장을 처음 만난 강씨는 이 관장의 풍모에 한눈에 반했다.

“나는 표범(이 관장의 애칭)이 대통령보다 더 멋있어 보였다”는 강씨는 부인의 극구 만류에도 수제자를 자청했고, 기량보다 그의 깔끔한 이미지를 높이 평가한 이 관장은 요청을 받아들였다.

험상궂은 외모의 선수들이 대부분인 프로레슬링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선수로 키우기 위함이었다.

▼물고 꺾고 조르기

이 관장은 강씨의 급성장을 위해 팔다리를 유독 심하게 꺾어댔다. 고통의 날들을 견뎌낸 그는 3년간의 수련끝에 1998년 솔저 강이란 이름으로 태그매치에 데뷔했지만 결과는 20분만에 참패.

지난 해 부상선수를 대신해 자이언트 골간이라는 미국선수와 맞붙었다가 브리티 홀드(다리를 벌리고 거꾸로 돌려 허리꺾기)에 걸려 5분만에 기권한 끔찍한 경험도 있다.

“얼굴을 너무 많이 맞아 일주일이 넘도록 밥을 먹지 못했다”는 강씨는 “기술을 걸려면 적어도 관중에게 ‘저것 장난 아니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김일(72) 선생의 충고를 가슴깊이 새겼다. 자신의 무기력때문에 왕표 형님이 야단도 맞았다는 그는 더욱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상대선수의 교묘한 반칙은 견디기 힘들었다. “코너로 끌고 가 귀를 물어뜯고 매트에 눕혀놓고 국부를 가격하는 선수도 있었다”는 강씨는 나이 마흔넘어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지 종종 회의도 가졌다. 경기중 허리띠가 끊어져 팬티차림이 되는 불상사도 겪었지만 관중은 그의 쇼맨십에 환호했다.

▼솔저 강의 꿈

매 경기마다 처참하게 당하는 일이 전문이 됐지만 그는 5월5일 어린이날에 또다시 출전을 앞두고 훈련에 열심이다. “사람들이 쇼라고 치부해도 선수들은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힘든 운동을 하고 나면 매사에 자신이 생긴다. 크게 출세한 건 아니지만 돈많은 부자들 안부럽다.”

서민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덩치 값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기에 레슬링을 그만 두지 못한다는 강씨.

유도선수 윤호(16)와 유소년 상비군 대호(14) 등 아들 셋을 둔 그는 “비록 전문선수가 아니지만 훗날 경기를 많이 유치해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잊지 않았다.

▼175kg 90kg 이상 체격요건 갖춰야 입문 가능

프로레슬링을 배우려면 최소한 175㎝, 90㎏ 이상의 체격을 갖춰야 한다. 부상 위험이 크기때문에 아무나 문하생으로 입문할 수 없다.

그래도 레슬링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면 레슬링의 기술을 조합한 격기도를 배울 수 있다. 격기도는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호신술의 목적으로 훈련 가능하다. 이왕표체육관 (02)679-9147~8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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