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최근 일부 기업의 분식회계에 대해 강경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기존의 회계 관행을 무시한 조치라며 일제히 반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금융감독 당국은 올바른 회계 관행을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회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투자주식에 대한 지분법 회계 처리이다. 지분법은 어떤 기업이 특정 회사 주식을 총지분의 20% 이상 취득하였을 때 적용된다.
이 경우 투자수익은 단순한 배당금이 아니라 피(被)투자회사의 손익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왜냐하면 투자기업이 피투자회사에 대해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배당 정책을 통해 배당 수익을 조작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회사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계열회사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부(負)의 영업권’을 일시에 이익으로 산입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부의 영업권은 회사 인수시 공정가치보다도 더 싸게 인수했을 때 발생한다.
일종의 염가구매 이익이다. 자산의 공정가치란 실제 자산을 처분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청산가액이다.
일반적으로 이 가치는 대차대조표에 표시된 장부가치와는 다르다.
장부상 수 조원에 이르렀던 한보철강의 자산이 매각 협상에서 5,000억원까지 떨어진 것이 좋은 예이다.
사실 기업의 인수ㆍ합병에서 장부가치는 별 의미가 없다. 매각 협상에서 피인수기업에 대한 자산 실사가 필수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된 기업들은 부실 계열회사를 인수하면서 자산 실사도 없이 부의 영업권을 장부가치에 기초하여 평가했다.
그 결과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염가구매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회사들과 회계법인은 부의 영업권의 경우 현행 회계기준에 따르면, ‘20년 이내’의 합리적인 기간에 걸쳐 환입(換入ㆍ여러 기간에 나누어 이익으로 인식한다는 회계 용어)하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일시에 환입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모든 회계 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회계 기준의 특성을 이용하여 경영진이나 감사인이 기업회계 기준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부당한 회계 처리를 하는 소위 ‘공격적 회계’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논쟁의 초점은 부의 영업권의 환입 기간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부의 영업권에 대한 정확한 가치 산정에 있다.
부의 영업권이 발생한다는 것은 어느 회사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회사는 계속기업으로 매각하기보다 청산하는 것이 주주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부의 영업권이 발생하는 인수ㆍ합병 거래는 거의 없다.
이번에 지적된 회사들의 회계처리가 정당화하려면, 시가보다 싸게 인수한 부실회사의 자산을 구입 직후 처분하여 부의 영업권에 해당하는 금액의 이익을 즉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얘기다. 결국 부의 영업권은 가공의 이익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미래의 손실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증권선물위원회 내부에서도 지분법 회계는 시행 초기이므로 제재보다는 지도를 통한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교에서도 지분법 정도의 회계처리는 오래 전부터 가르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회사에는 지분법 수준의 회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회계 전문가가 거의 없다. 회계법인들도 과거의 관행에 안주한다면 이런 문제는 계속 불거질 것이다.
복잡한 회계 기준을 적용하려면 물론 비용이 많이 든다. 투명한 회계정보 공시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점진적으로 부담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가 곪아터질 때까지 기다렸다 수백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전성빈·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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