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빗살, 안심, 등심…. 누구나 안다. 제비추리, 치맛살, 차돌배기…. 이 정도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안다. 업진이, 수구레, 이보구니…. 이쯤 되면 정육점 주인이 아니라면 알만한 사람이 드물다. 업진이는 소의 배 아래로 축 처진 부위의 살, 수구레는 가죽 안에 붙어있는 끈끈한 아교질, 이보구니는 잇몸살이란다. 이렇듯 한국인의 소의 뼈와 살에 대한 분류는 130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자세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유가 뭘까.간단하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소는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한국사람은 소의 모든 부위의 맛과 질감을 따져 분류하고 맛을 즐겼다. 소고기를 끓인 국물도 마찬가지다. 태생적으로 소고기 국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특이체질이거나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태어나서 가장 처음 먹게 되는 고기 국물이 있다면 바로 소고기 국물일 것이다. 그래서 소고기 국물은 한국적 국물의 원형이다. 이제는 보통명사처럼 되어버린 호남의 나주곰탕은 그 원형의 정수라 할 만하다.
설렁탕은 임금이 농사를 장려하던 선농단(宣農壇)에서 유래됐다. 그런데 곰탕의 유래는 확실치 않다. 그냥 ‘고기를 고아서 만든 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귀족음식이 아니다. 장터 국밥집에서 말아주는 서민의 음식이다. 설렁탕과 곰탕은 분명 차이가 있다. 설렁탕은 주로 뼈를 고아 끓이고, 곰탕은 주로 고기를 우려낸 국물이다. 그래서 설렁탕은 뿌옇고 곰탕은 맑다. 뿌연 곰탕을 내오는 곰탕집이 있는데 엉터리가 아니라면 개량종이다.
나주곰탕은 뼈를 먼저 우려내고 고기로 마무리한다. 우선 소뼈를 24시간 끓인다. 뿌연 국물이 우러나면 뼈를 건져낸 후 양지머리, 사태 등 고기를 넣고 다시 삶는다. 관건은 고기에 붙은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 그래야 국물이 맑다. 고기가 익을 때쯤이면 뿌연 기운을 고기가 빨아들이며 맑아진다. 꺼내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다시 넣어 끓인다. 이때 끓이는 시간과 불의 세기 조절이 맛을 결정한다.
유명세에 뭔가 특이한 맛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진하고 맛있는 소고기 국물을 떠올리면 된다. 냄새와 맛이 부담없이 코와 입으로 흡수된다. 잘 음미하면 달다. 설탕의 단맛이 아니라 입에 잘 맞는다는 의미의 단맛이다. 입 속이 편안해진다. 맛있는 편안함이다. 그래서 행복해진다. 아침 해장, 점심식사, 저녁 술안주로 모두 손색이 없다. 내리 세 끼를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적 국물의 원형이다.
권오현기자
▼추천!나주곰탕집3
하얀집 333-4292
남평공탐 333-4665
노안곰탕 333-2053
(전남 나주시,지역번호 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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