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펼쳐졌던 세계 각국의 숨죽인 물밑전쟁이 세계박람회사무국(BIE)의 개최신청국 실사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세계박람회를 노리는 국가는 우리나라(여수) 등 모두 6개국. BIE 역사상 가장 많은 유치 신청국이 나섰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국제 행사로 일컬어지는 세계박람회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 가려 개최지 선정(12월)을 코 앞에 두고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박람회는 국내생산유발 효과만 해도 월드컵의 두 배가 넘을 정도의 ‘대어(大魚)’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
24일 방한한 BIE 실사단이 29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준비상황을 점검, 중간성적표를 작성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나라의 유치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효과 및 위상
세계박람회의 규모나 위상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다. 우선 개최기간만 6개월로 2002월드컵(1개월), 88올림픽(16일)과 비교가 안된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세계박람회는 약 7조8,000억원의 부가가치와 16조8,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각각 88올림픽과 93대전엑스포 및 2002월드컵의 경제효과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큰 수치다.
국제적 위상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월드컵, 올림픽, 세계(종합)박람회 등 3대 국제 행사를 모두 개최한 국가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미국, 일본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정몽구(鄭夢九) 유치위원장은 “2010년 세계박람회를 여수에 유치하게 된다면 세계에서 6번째로 3대 행사를 모두 열게 돼 선진국으로서의 한국 지위가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활발한 유치활동
1996년 전라남도에서 처음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2010년 세계박람회 여수 유치 계획은 99년 11월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위원장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 창설로 구체화됐고 2001년 5월 BIE에 유치신청서를 공식 제출함으로써 유치전이 시작됐다.
국내 유치활동의 분수령은 이번 BIE실사단 방한기간. 이는 실사단의 평가결과가 7월 열리는 BIE총회에 보고되면서 88개 회원국들의 의사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실사단에 대해 국빈에 준하는 대우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 관계부처 장관 등이 근접안내를 맡는 등 총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진두지휘를 맡은 정몽구 유치위원장의 대를 이은 집념이다.
이미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88서울올림픽)과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 고문(2002한일월드컵)이 굵직한 국제대회를 개최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만큼,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를 반드시 성공시켜 현대가(家)의 명예를 잇겠다는 것이 정 위원장의 복안.
정 위원장은 이를 위해 INI스틸, 현대캐피탈,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그룹 회장단과 함께 수십개 국의 정상급 인사와 접촉, 한국 지지를 요청했다.
유치위원회가 홍보활동에서 강조하는 여수 세계박람회의 강점은 ▦우리나라의 풍부한 국제행사 개최경험 ▦지역개발 등 파급효과 ▦환경을 중시하는 박람회 성향상 여수 자연환경의 장점 등이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특히 BIE는 세계박람회 개최의의 중 지역개발을 중시한다”며 “여수는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남해안 지역개발의 중심축을 이루며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가 유력한 경쟁도시인 중국 상하이(上海)나 러시아 모스크바에 비해 지명도가 규모에서 밀리는 점은 약점이다.
그러나 유치위원회측은 “1970년 이후 박람회 개최 도시 18개 중 14개는 인구 100만명 미만이었다”며 “도시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치 경쟁국 동향
가장 강력한 경쟁도시는 상하이와 모스크바다.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폴란드(브르츠와프), 멕시코(멕시코시티) 등은 다소 뒤쳐진 모습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어 경계 대상 1호다.
3월 11일부터 16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BIE 실사단이 “중앙정부, 지방정부, 일반국민을 비롯, 재계ㆍ문화계ㆍ언론계 등 모두가 박람회 유치에 대한 희망과 열정으로 충만돼 있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점도 예사롭지 않다.
상하이는 다만 심각한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가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러시아 또한 자국의 우주기술 등 기술적 선진성을 앞세워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BIE 총회에서는 모스크바의 개최 계획서나 홍보물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세계박람회 유치지원단장인 해양수산부 유정석(柳正錫) 차관은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약 1년 정도 먼저 유치활동을 시작해 많은 활동을 폈다”며 “그러나 BIE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개최지 여수시민을 비롯한 국내의 박람회 유치의지 및 열기라는 점에서 온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세계박람회란
세계박람회 사무국(BIE)은 세계박람회(EXPO)를 '인류의 노력으로 성취된 발전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일정한 주제(해양,과학,환경,인간 등)를 통해 전시,인류를 계몽하고 개최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세계인의 축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초의 근대적 의미의 세계박람회는 1851년 영국에서 개최된 런던 박람회로,이후 2000년 독일 하노버 박람회까지 모두 105회가 개최됐다.파리의 명물로 자리잡은 에펠탑도 1889년 파리 박람회를 기념해 세운 것이다.
BIE는 무분별한 박람회 난립으로 행사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928년 설치됐으며 이후 BIE의 공인을 받은 박람회만이 국제적인 권위를 갖게됐다.지금까지 모두 39회가 개최된 BIE공인 박람회는 다시 종합(등록)박람회와 전문(인정)박람회로 나뉜다.종합박람회는 인류 문명의 포괄적인 분야를 주제로 5년마다 6개월 동안 개최된다.반면 전문박람회는 한정된 분야에서 3개월 이하의 짧은 기간 동안 개최되는데 종합박람회가 없는 해에 열린다.2010년 세계박람회는 종합박람회에 속하며 93년 개최된 대전엑스포는 과학 분야만을다룬 전문박람회였다.
개최지 결정 등 박람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BIE의 회원국은 총 88개국으로 우리나라는 87년 가입했다.
■매겔레 세계박람회사무국 실사단장 인터뷰
오이겐 매겔레(Eugen I.Maegele) 세계박람회사무국(BIE) 실사단장은 2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며 “실사를 위해 준비한 자료들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말했다.
12월 초로 예정된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후보도시 실사를 위해 방한한 매겔레 단장은 여수와 제주 등 개최후보지를 방문한 뒤 29일 한국을 떠난다.
다음은 매겔레 단장과의 일문일답.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실시할 것인가.
“모든 것을 검토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것이다. 특히 개최도시의 교통, 숙박 시설 등은 중요한 관심사다. 교통 혼잡은 엑스포 개최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친다.
또 개최도시가 얼마나 큰가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방문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상 방문객 수가 얼마인지, 제시된 방문객 수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여수를 다른 경쟁도시와 비교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수를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계획 구상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엑스포 개최시 박람회와 지역개발의 상생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울에서 너무 멀고 경쟁도시에 비해 소도시이다. 실사가 끝난 후 구체적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정확하고 공정한 실사를 하겠지만 결정은 우리가 내리는 것이 아니고 12월 회원국들의 투표에서 결정된다.
-중국 실사과정에서 느낀 점은.
“중국 실사단에는 포함되지 않아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우리는 실사 후 느낀 점을 얘기할 수는 있어도 경쟁국과 비교해 우열을 논할 수는 없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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