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특보의 북한 방문이 성사되기까지 에는 ‘악의 축’ 발언 이후 전면에 등장한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위기론을 해소하기 위해 가동된 남북간 대화채널과 우리측 인사의 비밀 방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남북채널이 분주해진 시점은 대북 포괄적 협상의 필요성이 증대했던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전후다. 회담 전 한미 양국은 남북ㆍ북미 대화를 뚫기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했고, 이는 언론에 보도됐다.
이런 검토는 지난해 11월 6차 장관급회담이 결렬된 뒤 가동된 비공식 채널과는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 남북간 비밀접촉은 한미정상회담으로 탄력을 받게 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도라산역에서 대북침공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북미대화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국가정보원 김보현(金保鉉) 3차장과 통일부 서영교(徐永敎) 국장 등 대북 실무진들이 이달 초 방북했다는 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임 특보의 방북설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임 특보가 방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고, 임 특보는 남북간의 비공개 접촉 장소에 관한 질문에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 특보는 아니더라도 우리 대북 부서의 주요 인사가 방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후 북한은 숱한 저울질 끝에 24일 오후 OK사인을 보내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올 초부터 국정원 요원들이 담당했던 베이징(北京) 등 제3의 채널도 남북간 의견교환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남북 비밀접촉 과정은 정보당국을 채널로 한 한미간의 조율 속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13일 잭 프리처드 미 대북교섭담당대사와 박길연(朴吉淵) 주 유엔대사의 접촉 후 미 국무부는 이를 “유용한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미국도 청신호를 감지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북한은 21일 일본인 납치사건에 관해 대일 대화 의사를 표시했다. 남북뿐만 아니라 북일, 북미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국면전환이 예고되는 것이다.
비밀접촉 등을 통해 확인된 북한의 진의는 1차적으로 28일부터 2박3일간 방북하게 될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드러날 개연성이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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