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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살아있는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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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살아있는 성벽?

입력
2002.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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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조국과 함께 가는 억센 군대를 보라…살아 있는 성벽을 보라."30연년 전 군대 시절 아침마다 태권도 점호 때 부르던 수동방위사령부(수방사)노래 가사의 일부다.남산의 칼 바람이 살을 에는 혹한기에도 알몸에 태권도복 차림으로 일과를 시작했다.수도 방위의 '살아있는 성벽'이 되려면 그 정도 수련은 유치원 과정이다.남에게 지는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여겼던 그 부대 장병들은 용맹성과 강인함을 늘 자랑삼았다.■그러나 그들은 견고한 성벽이 아니었다.1979년 12·12사태 때 그 것이 증명되었다.권력에 눈먼 정치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그들은 맥없이 반란군에게 성문을 열어주었다.제대로 버텨보지도 못하고 사령관이 체포당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쿠데타에 공을 세운 꼴이 되었다.국권을 수호하고 수도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라고 큰 특권과 혜택을 주었더니,총 한방 쏴보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한번의 위기에 써먹으려는 것이 군대가 아닌가.

■그런 수방사가 이번에는 민간인에게 당했다.

지난 2월25일 새벽 그 부대 초병들이 괴한 2명의 칼에 찔리고 소지했던 K2소총을 빼앗겼다.범인들은 그 총으로 은행을 털어 흥건히 먹고 마시다 한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그들은 고참 초병이 잠들고 신참 혼자 근무하는 시간을 틈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범행의 치밀성과 대담성을 돋보이게 하는 보도지만,아마추어 대학생에게 참패한 프로의 위신은 영원히 회복할 길이 없게 되었다.

■더욱 복장을 칠 일은 범행에 쓰인 총탄이 해병대 최전방부대에서 도난 당한 것이라는 사실이다.하수구 구멍을 통해 영내에 침입해 절단기로 탄약고 문을 부수고 실탄을 훔친 범행수법 역시 탄복할만 하다.반대로 수방사 사건으로 전군에 경계령이 내려진 때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의 경계가 그렇게 허술했고,실탄 도난사실을 은폐한 데 배반감을 느끼게 된다.이번 일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상황이었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한국군의 용맹성을 상징하는 두 정예부대의 실수는 한번으로 끝나야 한다.두 번 실수는 신뢰에 대한 반역이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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