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 7%가 넘는 나홀로 성장을 지켜 온 중국이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최근 동남아 지역의 중국 기업 투자는 50% 넘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이어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10년 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교섭에 합의하는 등 경제 영향력 확대를 위한 틀잡기도 구체화했다.
앞으로 경제개발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로 ‘해외 진출 확대’를 꼽는 중국은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의 속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 중국-인도네시아 경제 협력 강화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은 24일 아시아 4개국 순방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찾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1990년 국교 회복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 협력에 합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수라바야와 메단, 상하이(上海)와 광저우(廣州) 영사관 개설 등 외교 관계 활성화는 물론 ▦가스전 공동 개발 ▦인도네시아에 기술 제공 및 특별차관 6억 달러 지원 ▦에너지 포럼 설치 등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메가와티 대통령은 28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추가 논의하고 인도네시아 각지의 교량ㆍ철도 건설에 중국이 참여토록 하는 양해 각서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최근 들어 부쩍 눈에 띈다. 중국 국영 유전개발회사인 중국연안국가석유공사(CNOOC)는 1월에 스페인 최대 유전회사인 렙솔-YPF에 5억 8,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인도네시아 유전 개발권을 인수했다.
이 투자는 2000년 말까지 중국의 대 인도네시아 전체 투자 규모의 9배에 이를 뿐 아니라 최근 10년 동안 해외 기업의 인도네시아 유전 사업 인수로도 최대다. 중국광산공사의 서부 수마트라 광산 개발 참여에 이어 중국은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서부의 천연가스전 개발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두 나라 교역은 1998년 수하르토 대통령 하야 이후 교역이 2배 이상 폭증했다. 하이얼(海爾), 자링(嘉陵) 그룹 등의 가전ㆍ오토바이 교역도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은행도 700만을 넘는 인도네시아 내 화교 인구와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노리고 거의 40년 만에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하는 등 진출에 적극적이다.
■ 제조업으로 동남아 각국 공략
동남아 각국의 중국 제조업 진출은 특히 눈부시다. 충칭(重慶) 그룹 등 중국의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은 베트남에서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수십년 간 혼다나 야마다 같은 일제 오토바이 업체들이 차지한 아성을 무너뜨렸다.
민간 기업인 신희왕(新希望) 그룹은 베트남과 필리핀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사료생산 공장을 건설했고 태국에 전기계량기를 다량 공급하고 있는 화리(華立) 그룹은 인도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공식 통계로 1999년 정부가 승인한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규모는 7,200만 달러. 하지만 2000년에 이 규모는 50% 증가한 1억 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실제 투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의 외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역외에서 해외로 직접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자원 확보와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중국의 동남아 진출은 갈수록 규모가 커질 것이며,이는 중국의 세계 시장진출을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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