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구조조정㈜ 이용호(李容湖) 회장의 금융비리 및 정ㆍ관계 로비사건에 대한 105일간의 특검의 수사로 이씨의 주가조작 및 금융비리 사건과 보물선 사업비리, 검찰 및 정ㆍ관ㆍ금융계 로비의 거대한 실체가 상당부분 드러났다.대통령의 처조카와 거물 정치인 등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가운데 특검의 칼날은 급기야 아태재단 고위간부와 로비자금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아태재단 및 김성환 의혹
특검팀이 검찰에 이첩한 내용 중 핵심사안은 아태재단 및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고교동창인 김성환씨 관련 의혹 부분이다.
이미 특검팀은 이수동 전 이사의 자택에서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KBS교향악단과 경찰 등 인사청탁 서류를 발견한데 이어 각종 이권개입 정황까지 포착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 전 이사의 인사개입 사실이 드러난다면 대통령 측근의 국가기관 인사농단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란이 예상된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이사가 검찰 등 다른 국가기관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라 수사결과에 따라 사건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 국정농단 논란의 재판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씨의 차명계좌도 경우에 따라 태풍의 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씨가 모두 6개의 차명계좌를 이용, 90억여원의 자금을 관리해왔으며 이 중 10억여원은 통상적인 거래성 자금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 등 아태재단 관계자들에게 유입된 5,800만원과 김 부이사장에게 대여금 명목으로 전달된 6억원 외에 김씨 자금의 추가전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또 “이 계좌가 제3자 소유로 김씨가 관리만 했을 수도 있다”고 명시, 김씨가 세간의 의혹처럼 김 부이사장 등의 비자금 관리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만일 김씨의 차명계좌로 청탁성 로비자금이 유입됐거나 이 돈 중 일부가 또 다른 여권 인사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 계좌는 그야말로 ‘비자금 저수지’가 되는 셈이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 간부 연루 의혹
이수동씨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음에 따라 대검 내사사실을 알려준 검찰간부는 밝혀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ㆍ현직 수뇌부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단 이씨에 대한 통화내역 조사결과 지난해 9월20일과 22일, 10월19일 세 차례에 걸쳐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같은 해 11월7일 이후 김 고검장 및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과도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지난해 11월6일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점으로 미뤄 이씨에게 검찰 내사사실을 전해준 통화가 이날 이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화내용에 대한 사실입증은 전적으로 이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향후 검찰조사에서 이씨가 계속 함구하고 신 전 총장과 김 고검장이 단순 안부성 전화임을 주장할 경우 진실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0년 5월 이용호씨가 횡령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 돼 이후 불입건 처리되는 과정에서 당시 수사지휘라인에 있던 임휘윤(任彙潤) 전 서울지검장 등에 대해 제기됐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특검은 일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팀은 “불입건 결정은 이씨의 혐의 사실을 놓고 담당검사와 부장검사가 협의해 결정한 것으로 임 검사장 등 간부급 검사들의 직권남용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검은 그러나 “임양운(林梁云) 전 광주고검차장이 서울지검에서 이용호에 대한 내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친구인 윤모씨에게 누설한 혐의는 현재 윤씨가 일본에 체류 중이어서 내사 중지한 상태”라고 밝혀 임 전 차장검사의 수사기밀 유출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계속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비호의혹
이용호씨에 대한 금감원 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샀던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에 대해서는 관련사실 입증에 실패, 모 증권회사 사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검찰에 통보하는데 그쳤다.
이씨의 대우금속 주식 시세조종 혐의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는 실무진 의견을 묵살한 윤모 금감원 공시조사실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 검찰에 이첩했다.
한편 900만 달러 상당의 삼애인더스 해외CB 전액을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과정에 제기되었던 로비의혹과 관련, 특검팀은 “이씨가 상당한 담보를 제공했고 당시 한국디지탈라인(KDL)의 부도로 KDL발행 해외CB의 가치가 폭락한 상태에서 산업은행 보유 KDL 해외CB 100만 달러를 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매수해 주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 금품 수수나 로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물선 사업 의혹
특검은 삼애인더스의 보물발굴사업 과정에서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국가정보원과 해군 등에 보물탐사 작업을 청탁하는 대가로 발굴업자 최모씨 등으로부터 발굴수익의 15% 지분을 받은 혐의를 밝혀내고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 전 전무가 조흥캐피탈 인수청탁 대가로 처분이 불가능한 자신의 경기 철원군 임야를 이 회장에게 2억8,000만원에 고가매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엄익준(嚴翼駿ㆍ사망) 전 국정원 2차장이 이 전 전무의 부탁으로 해경에 보물탐사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가 급진전 됐지만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의 금품수수 및 외압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쳤다. 결국 청와대와 국정원, 군 고위층의 개입의혹은 밝혀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차정일 특검 일문일답
‘이용호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차정일 특검은 “수사기간 등의 한계로 일부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고 검찰에 넘겨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검찰수사에서 나머지 의혹이 명쾌히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하면서 구체적으로 정한 목표가 있었나.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 정도와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원칙만 있었다.”
-대검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검찰이 기초자료를 확보해놓지 않았다면 수사가 어려웠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해 검찰수사가 토대가 됐고 여기서 더 나아가 실체적 진실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공소유지에 대한 대책이나 보강수사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공소유지는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다. 수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겠다. 공소유지에 필요하다면 보강조사도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검수사에서 어떤 부분이 제일 아쉬웠나.
“수사를 하면서 수사범위 및 수사대상에 대한 문제로 많이 시달렸다. 이의신청도 두어 번 제기됐다. 물론 법원에서 다 정당한 수사범위로 판단해줬지만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차례에 걸쳐 특검 상설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특검제는 한시적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사견이지만 사건별로 특검법을 만들어 특검제를 운용하는 것보다 일반적인 특검법을 만들고 사건별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특검제를 실시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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