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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 사랑 누굴까' 초반시청률 10%대 그쳐…김수현 신드롬 언제 뜨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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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 사랑 누굴까' 초반시청률 10%대 그쳐…김수현 신드롬 언제 뜨려나

입력
2002.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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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빠르고 거침없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도 분명하다.‘돌겠다’ ‘꼬장을 부려’ 같은 상스럽다고 하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표현들이 쏟아지고, ‘강제로 동정 뺏긴 것 같기도 하고’ ‘회 뜬 생선가시 같다’ 는 등의 비유도 여전하다.

뜸들이지 않고 대뜸 밀고 들어가 본론을 끄집어내는 솜씨도 녹슬지 않았다.

‘내 사랑 누굴까’는 어쩔 수 없이 김수현 드라마다. 흔히 ‘김수현 사단’ 이라고 말하는 이순재 한진희 윤다훈이 있고, ‘목욕탕집 남자들’(1996년)의 정을영 PD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 사랑 누굴까’는 1991년 ‘사랑이 뭐길래’ 이후 작가가 주목해온 가족애와 더불어 살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덕배(이순재)를 정점으로 하는 대가족이 나오고, 상처와 결함을 가진 인물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명성, 화려한 캐스팅, 폭 넓은 시청자 층을 겨냥한 소재와 주제. ‘내 사랑 누굴까’의 인기는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초반 시청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다. 이제 김수현 드라마는 더 이상 먹히지 않은 것일까.

그의 아류작 쯤으로 평가되는 ‘여우와 솜사탕’의 인기(지난주 평균 36.6%로 1위, AC닐슨 조사)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내 사랑 누굴까’에서 수다나 신경을 긁어대는 속사포는 단점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인물들의 개성을 드러내고, 상황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윤식(윤다훈)과 지연(이승연), 상식(이정현)과 하나(이태란)의 사랑이 엮어낼 웃음보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문제는 김수현 드라마를 처음 하는 연기자들이 그 맛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연과 하나는 대사를 빨리만 하면 된다는 식이며, 박경화(박정수)도 비슷하다.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비슷한 지적이 많다.

대사의 고저장단으로 감정을 살리는 김덕배(이순재)와 비교가 된다. 김수현 드라마의 대사는 길고 비유가 많아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으면 귀에 거슬린다.

개성도 드러낼 수 없다. 상대 역까지 어색하게 만들어 드라마 전체가 리듬을 탈 수가 없다.

‘내 사랑 누굴까’가 산만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처음 출연하는 연기자가 많은데다, 드라마의 템포가 너무 빠르니까 긴장해서 그렇다. 시간이 필요하다. 갈수록 곰국 우러나듯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런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처음 무작정 반항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지연이 그렇고, 김수현 드라마에 오랜만에 출연해 긴장하던 이정길도 감정을 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째 아들인 현식(류진)과 그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이혼한 김고은(명세빈)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수현의 홈드라마 보다는 ‘청춘의 덫’ 같은 멜로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물에 가깝다. 작가로서는 어쩌면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 사랑 누굴까’는 적어도 한 마리 토끼는 잡은 듯이 보인다. 그들이말로 드라마 속의 또 하나의 드라마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트렌디 드라마풍의 연출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놔”라고 소리치며 울부짖는 명세빈의 연기와 그런 여자를 껴안으며 속으로 눈물짓는 현식의 비극성이 심상치 않다.

그들이 초반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 빨리 리듬을 찾는다면, 또 한번의 ‘김수현 신드롬’도 가능할 것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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