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발(發) 가계대출 부실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카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율이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에 비해 무려 6배나 높아졌다.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한 부동산 및 소비거품이 푹 꺼질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용카드대출과 주택담보 가계대출은 제2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카드사들은 경품, 할인혜택 등을 내걸고 현금대출유치에 혈안이 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 카드사, 도덕적 해이 심각
금융감독위원회는 25일 삼성카드, LG카드, 국민카드, BC카드 등 7개 카드전업사의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현금대출 채권액(지난해말 기준)은 19조3,613억원으로 이중 연체액은 7.4%인 1조4,322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연체율은 일시불, 할부 등 카드사의 결제서비스 연체율 3.87%(15조3,234억원)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이며,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 1.21%보다 6.1배나 많은 수치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해말 1.21%에서 최근 2%수준으로 높아졌다며 대책마련에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에 비하면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현금서비스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와 같아 향후 우리경제에 적지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별 현금서비스 연체율을 보면 현대카드가 15.05%로 가장 높고, 삼성카드가 5.88%로 가장 낮았다. 특히 카드론(1인당 최고 3000만원선) 연체율은 더욱 심각, 동양카드의 경우 무려 43.06%에 달했다.
신용카드 불량자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카드 신용불량자는 104만1,000명(지난해 11월말기준)으로 전체 금융권 신용불량자 279만4,000명의 37.2%를 차지하고 있다.
카드 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편한 대출절차와 현금서비스 한도제한 폐지, 세액공제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카드이용액은 443조3,674억원으로 이중 현금서비스가 전체의 60.4%인 267조6,594억원에 달했다. 이는 1999년 48조1,486억원, 2000년 145조3,158억원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카드 고객들이 매일 현금지급기에서 7,333억원씩 뽑아 쓴 셈이다. 미국 카드사들의 현금대출 비중이 20%수준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비율은 이미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카드사들이 본업인 물품구입 및 결제서비스는 제쳐둔 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고리사채 돈놀이에 치중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 카드사 규제책 실효성 의문
정부는 카드발 가계대출 부실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발급남발 억제, 길거리 불법회원 모집 금지 등의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영업관행을 감안할 때 실효성은 미지수다.
또 향후 2년 내 현금대출 업무비중을 50%이내로 축소하고, 현금서비스한도액 제한도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발이 거세 실제 도입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연구원 이명활 부연구위원은 “카드 대출 급증은 경기침체 시 가계대출 부실화의 출발점이 된다”면서 “카드사들의 현금대출 업무비중을 줄이고, 카드발급 단계부터 부작용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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