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19일 수습안을 내놓은 데 이어 22일 하순봉(河舜鳳) 의원이 부총재직을 사퇴했지만 당 내분은 여전하다.
이 총재는 25일 부총재들의 일괄 사퇴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시내 모처에서 장고에 들어갔다.
■ 원점에서 다시 검토
참모진들은 “(이 총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나온 수습책의 흐름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나도 무엇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는 이 총재 자신의 언급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총재의 U턴을 점치는 관측이 적지 않다. 총재직 불출마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비주류 및 당내 소장파의 최저 요구선이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한다”는 국민의 비난 여론도 무마할 수 있다. U턴을 지지하는 당직자들은 이 총재가 보수파 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설득하면 예상되는 반발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비주류와 미래연대 등 비판 세력도 총재직 불출마 수준의 처방이면 수습대열에 동참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19일의 수습안 대로 갈 가능성이 90%이상이다”고 단언하는 의견도 많 다. “열흘도 채 안돼 자신의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는 비판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26일 총재단을 대체할 기구를 구성하겠지만 이는 일상적인 당무만 관장하게 될 것”이라는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의 언급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 두 가지 변수
미래연대는 부총재 일괄 사퇴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민심을 따르는 것은 원칙 포기나 지도력 상실이 아니다”며 이 총재를 계속 압박했다.
반면 민정계 중진들은 “총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이 총재의 선회를 반대하고 있다. 관건은 이 총재가 어느 쪽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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