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심기를 천직으로 알고 반 평생을 살아온 백발의 ‘은행나무 할아버지’가 식목일을 앞두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유엔이 지정한 ‘세계 산의 해’인 2002년에 정부로부터 은행나무 식재에 대한 지원 의사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34년전 우연한 기회에 은행나무와 만나 은행나무 심기운동을 펴온 이창우(李昌雨·77·경기 광주시 경안동) 은행나무연구원장.
그는 산림청으로부터 황소고집의 은행나무 할아버지로 불린다.
그의 고집은 은행나무 묘목을 생산하는 지자체에 대한 국고보조 및 은행나무 식재 희망자에 대한 융자 지원을 둘러싸고 벌인 산림청과의 싸움에서 나타났다.
산림청은 끝내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최근 “은행나무 조림지원에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보냈다.
그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대기오염에 강하고 내화성이 뛰어난 수종.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물이라고 한다.
이씨는 “200년 봄 고성 산불을 보면서 은행나무 스무 줄만 심어 방화림을 조성했다면 불이 그렇게 커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통 나무보다 5~6배 많은 양의 산소를 배출하는 은행나무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대한 암시이자 상징”이라고 말했다.
30여년 전 수도의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던 도중 은행나무에 빠진 이씨는 그동안 은행나무 농장을 가꾸는 일에 전 재산을 털어넣었다.
그래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이제 좁은 연구원 사무실과 20년째 파킨슨병으로 앓아 누운 아내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 은행나무의 우수성을 인정한 세계적 제약업체인 독일 슈바베사나 프랑스 입센사에서 뻗쳐온 영입제의를 국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이씨는 “좁은 땅 덩어리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경제적ㆍ공익적 기능을 갖춘 조림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구상하는 일”이라며 “죽을 때까지 은행나무의 우수성을 알리고 죽은 후에도 자식들에게 은행나무 알리기에 앞장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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