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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IT강국 말뿐… 인터넷카드 외국인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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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IT강국 말뿐… 인터넷카드 외국인 장벽

입력
2002.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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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이 취미라 주말이면 국내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자가용이나 기차와 더불어 고속버스를 사용할 때가 많다.주말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나지 않아 인터넷 예약을 많이 활용한다.

한국이 일본보다 IT(정보통신)분야에서 늘 앞서고 있다고 느끼는데 이 고속버스 통합예약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일본엔 각 버스업체가 만든 사이트는 있어도 모든 업체와 구간을 망라한 사이트는 없다.

그런데 나는 예약할 때 마다 늘 한국인인 아내에게 부탁한다. 내가 일본에서 발급받은 카드로는 등록이 안 되기 때문이다.

버스 예약 뿐 아니라 다른 상업 사이트에서도 국내카드만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 나도 국내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길거리의 넘쳐나는 카드 판매 부스에서는 내가 외국인이라고 하면 얼굴색을 바꾸었다.

딱 한 업체가 카드를 발급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들 역시 여권 및 외국인 등록증 복사본을 요구한 뒤 회사 인사팀과 학교, 보증인, 심지어 아내에게까지 전화로 확인을 한 뒤에야 겨우 만들어 주었다.

일반 점포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업소가 아니면 외국카드를 거절한다. 외국카드 사용을 허용한다면 당장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텐데 이해할 수 없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내 취미활동을 위해 어느 포탈사이트에 카페를 만들려고 했다.

그 사이트는 보안 강화를 위해 카페 주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외국인인 나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카페를 개설할 수 없었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자리 수로 구성된 ‘외국인등록번호’가 있지만 그것으로는 인증이 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회원등록을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들 중 외국인 포맷을 따로 마련해 주지 않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도 그렇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계약을 아예 거절하는 대리점이 많아서, 본사까지 찾아가야 한다.

친구들 중에는 절차가 너무 복잡해 한국인 친구 명의로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 서울에서 열릴 월드컵 개막식의 테마는 ‘IT 강국 코리아’라고 한다.

한국은 외국에게 IT 선진국, 신용경제체제 등의 이미지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홍보 대상인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IT 코리아는 목소리 뿐’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 같다.

/ 도도로키 히로시ㆍ일본인ㆍ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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