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흥행에 실패해도, OST 음반은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지난해의 ‘코요테 어글리’가 대표적이다. 영화는 극장에서는 몇 주를 못 버텼지만, 르앤 라임스가 주제곡을 부른 음반은 1만장 가까이 팔렸다.
반대로 잘 팔리던 OST음반이 영화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2월 영화 보다 먼저 출시된 ‘버스, 정류장’은 인디 밴드 미선이의 리더였던 루시드 폴의 두 번째 음반을 겸한 작품.
영화 개봉 전에는 ‘근래 나온 가장 훌륭한 음반’이라는 호평과 함께 하루 주문량이 1,000장을 넘었다.
대박이 났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8일)한 다음주 초부터 그 수는 절반도 넘게 뚝 떨어졌다.
통상 영화가 개봉하면 점점 늘거나, 줄어도 아주 조금씩 주는 것과는 너무나 딴판이다. .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영화의 흥행이다.
‘버스, 정류장’은 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채 2주 만에 극장에서 물러났다. 참패였다.
OST 음반이 기본적으로 영화를 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당연히 음반 판매도 부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흥행 보다는 영화의 작품성에 있다.
영화 개봉 전 음반이 잘 팔렸던 것은 지난해 데뷔작으로 극찬을 받았던 루시드 폴의 뛰어난 음악성 덕도 있지만, 영화의 여주인공인 김민정을 등장시켜 만든 뮤직비디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그러나 막상 개봉하고 보니 영화는 루시드 폴 특유의 건조함을 감각적으로 살린 뮤직비디오와 달리 지루하고 평범했다.
음악이 지닌 감성이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히 뮤직 비디오에 대한 매력도 떨어졌다.
영화 제작사인 명필름은 당초 영화가 지닌 참신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실력은 출중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한참 떨어지는 루시드 폴에게 과감하게 음악을 맡겼다.
음반 제작과 뮤직 비디오에도 전액을 투자했다. OST음반과 인디 가수의 독집 음반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도 참신했고, 루시드 폴의 음악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본령인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지 못해 결과적으로 루시드 폴에게 미안하게 됐다.
앞으로도 음반이 꾸준히 나간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루시드 폴의 공일 것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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