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동생들 챙기며 사느라 늘 허리가 휘었던 큰 아들이 드디어 분가를 하게 된 겁니다. 동생들 때문에 더 이상 살림 축 날 일이 없으니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죠.”(동양종합금융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28일 매매거래 정지된 뒤 다음달 중하순 LG전자와 지주회사인 LGEI로 재상장되는 LG전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달 동안 자금이 묶이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분할 후 기업가치와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LG전자가 기업을 분할하는 표면적 이유는 경영 투명성 확보와 주주 가치 극대화. 하지만 진짜 의도는 이제 LG그룹 할인요인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LG전자는 LG그룹 장자 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악재를 모두 떠 안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콤 인수시 자금 동원설, LG텔레콤 통신사업 지원설은 대표적인 사례. ‘뼈 빠지게 돈 벌어서 동생들 뒷바라지’만 하다보니 제 값을 못 받고 주가는 1만원 내외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기업을 지주회사로 분할하면 LG그룹 리스크는 지주회사인 LGEI로 넘어가고 LG전자는 그동안의 부담에서 완전 해방된다.
LG전자의 사업 부문은 크게 휴대폰과 가전. 먼저 휴대폰은 지난해 1,000만대를 판 데 이어 올해에는 1,5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인 에어컨과 디지털 TV 등의 가전 부문도 매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TFT-LCD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50%의 지분을 보유중인 LG필립스LCD의 지분법 평가익이 올해 최고 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민 애널리스트는 LG전자 분할 후 목표가를 5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더 나아가 목표가로 6만원으로 제시했다. 현대증권 최인호 수석연구원도 “1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량 늘어나는 등 실적 호전이 눈에 띄고 앞으로도 디지털 시대의 최대 수혜주라는 점에서 분할 전에 사 두는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 이미 반영되며 주가가 단기 급등해 추격매수하기는 부담스럽다. LG전자 주가는 지난해 9월 1만원대에서 25일 4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한편 분할 전 LG전자를 매수하려면 27일까지 사야 하며 9대1의 비율로 LG전자와 LGEI 주식으로 분배된다. 즉 LG전자 주식 10주를 사면 4월 재상장될 때 LG전자 주식 9주와 LGEI 주식 1주를 배정받는 식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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