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징후는 종종 포착됐으나 좀처럼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담비.EBS가 29일 밤 10시에 방영하는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담비의 숲’(연출 이연규)에서 두터운 목도리를 두른 것처럼 노란 가슴받이가 선명한 노란목도리담비가 신비로운 생태를 드러낸다.
‘하늘다람쥐의 숲’으로 1997년 도쿄 환경프로그램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연규 PD. 그도 인간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담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신비감 때문에 담비에 도전했으나 오히려 그 때문에 제작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여러 차례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2000년 11월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그 다음해 1월 처음 담비의 존재를 확인했다.
오대산과 지리산 고산지대를 뒤지던 제작진이 직접 담비를 목격한 때는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01년 8월.
그제서야 ‘신기루를 쫓고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담비의 숲’은 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담비의 생태에 관한 모든 것을 담지 못했다.
1년 4개월의 오랜 촬영기간에도 불구하고 담비의 서식지를 확인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탓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모습의 사진은 물론 보고서조차 찾기 힘든 담비가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지는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코부터 꼬리 끝까지 길이 140㎝, 몸무게 4㎏에 달하는 담비는 자유자재로 나뭇가지 사이를 민첩하게 옮겨 다닌다.
갈고리발톱이 달린 앞발과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긴 꼬리가 발달했기 때문. 먹이를 사냥해 먹는 모습, 자신의 영역을 나타내기 위해서 배설하는 모습 등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담비의 경계심을 풀어준 것은 꿀이었다. 제작진이 나무에 발라놓은 꿀에 맛을 들인 후부터 담비의 생활상 엿보기는 수월해졌다고 한다.
이 PD는 “담비에 관한 유일무이한 자료”라면서 “우리의 삼림이 아직은 담비가 서식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데서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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