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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 심현영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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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 심현영 현대건설 사장

입력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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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현대건설 심현영(沈鉉榮)사장 앞으로 이란에서 한 통의 연애(?)편지가 날아왔다.이란 사우스파 가스 플랜트 4, 5단계 건설공사를 발주한 이란 국영 페트로파스의 합작법인으로부터 시공사로 선정됐다는 ‘낙찰확인서(LA:Letter of Award)’가 전달된 것이다.

이 편지 한 통은 현대건설에 단순한 공사 1건 수주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창사 이래 최대라는 수주 규모(12억달러;한화 약 1조5,600억원)도 그렇지만 현대건설이 드디어 중동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해 공사수행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사실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18일 청약이 실시된 용인 죽전5차 포스홈타운 아파트는 10.62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첫날 마감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현대건설은 유동성 위기로 인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중동시장에서 ‘왕따’ 신세였다. 중동의 유수한 공사 발주처는 현대건설을 아예 입찰에 초청조차 하지 않았고, 이미 낙찰된 공사도 본계약을 미루기 일쑤였다. 국내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예전 같은 청약경쟁률이 나오지 않고 재건축 수주에도 애로가 많았다.

그러나 사정은 1월 중순부터 달라졌다. 중동의 공사발주회사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입찰참여 조건을 내세운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로부터 1년 여 만에 입찰 자격을 다시 얻은 데 이어 이번에 이란에서 초대형 공사를 수주하게 된 것이다.

심사장은 “이번 공사수주를 계기로 중동시장에서 ‘유동성 위기 업체’라는 오명을 완전히 털어냈다”며 “현대건설의 대외 신인도를 한층 높여 예전의 명예를 되찾아 다시 한번 해외 건설의 중흥기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 있는 공사를 선별 수주해 경영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01년도 결산에서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낸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과거의 모든 부실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대손 충당금ㆍ공사손실 충당금 등 비경상 손실을 결산에 반영한 결과, 매출규모(6조 2,791억원)에 어울리지 않게 8,0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는 “썩은 부위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빨리 회복하는 것처럼 ‘클린 컴퍼니’로 재탄생하는 것에 이번 결산의 초점을 맞췄다”며 “이제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올 상반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6조1,498억원, 영업이익 4,825억원, 당기순이익 3,011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사장은 현대건설 창업자인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타계 1주기인 21일 경기 하남시 창우리 묘역을 참배해 12억달러 공사 수주사실을 ‘보고’했다. 그리고 현대건설의 옛 명성을 하루빨리 되찾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그 동안 유동성 위기로 힘든 가운데서도 묵묵히 참고 견뎌온 임직원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것이 맨주먹으로 회사를 창업한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무실과 접견실 중앙에 정 명예회장의 대형사진을 걸어놓고 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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