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주식투자강좌 기승 / 판치는 '족집게' 약인가 독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주식투자강좌 기승 / 판치는 '족집게' 약인가 독인가

입력
2002.03.25 00:00
0 0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의 YMCA회관 8층 소회의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10평 남짓한 공간에 40~50대 직장인과 주부 등 20여명이 ‘투자전문가’라는 N씨의 주식투자 강의를 듣기위해 모였다. 각종 차트와 재료를 제시하며 시장분석을 이어가던 N씨는 강의 끝 무렵에 늘상 하던 대로 ‘종목 찍기’ 시간을 가졌다.N씨는 “내 입에서 나온 종목은 일단 기본적인 수익이 보장되고 잘하면 더블(2배)도 된다”며 종목을 열거했고 참석자들은 하나라도 놓칠 새라 받아적기 바빴다. 올 들어서만 10여번째 사설 강좌를 찾는다는 직장인 김모(50)씨는 “마땅히 정보를 얻을 데가 없어 사설 강좌를 찾고 있다”며 “도움이 된 적도 있지만 추천종목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적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족집게식 강의, 회원제까지

사설 증권 강좌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상승 종목 찍어주기’ 와 ‘1대1 투자 과외’ 등 이른바 족집게식 강의방식 때문. 주로 증권사나 투자자문회사, 또는 인터넷 증권사이트 출신의 강사진들은 “내 말대로만 하면 돈을 번다”“적어도 4월까진 지수가 ○○○까지 간다”는 식의 말을 거침없이 한다. 수강생 개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적어내면 일일이 “A종목은 언제 팔고 B종목은 언제 사라”“이 종목은 갖고 있으면 오른다”는 등의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사설 강좌의 목적은 강연 자체보다 사설 투자클럽 회원 모집에 있다 강연 내내 확신에 찬 어조로 투자자들을 ‘자문’하던 강사가 “회원으로 가입하면 특별한 서비스가 주어진다”며 회원 가입을 권유한다. 회비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3개월에 200만~600만원 사이다.

초보 주식 투자자나 1억원 이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한 업체의 엔젤클럽(특별회원ㆍ회비 3개월 600만원)은 투자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관리를 해준다며 투자자를 유혹한다. 주식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선물과 옵션까지 관리하고 중장기 및 단기 투자 종목을 소장이 ‘직접‘ 제공하며 각종 주식 관련 교육도 무료로 해준다는 것. 일반회원들에게도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장중 실시간 종목 추천, 전화를 이용한 시황 방송 등 특전이 주어진다고 회원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강좌에 참석했던 투자자 박모(60)씨는 “강의를 들어보니 회원으로 가입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회비가 너무 비싸 가입은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올바른 투자 활용법

증권 전문가들은 종목이나 시장분석, 투자기법을 익히기 위해 사설 강좌를 찾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찍기식 종목추천에 맛들이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금감원 자산운영감독국 황인엽(36) 조사역은 “증권거래법상 1대1 투자상담이나 확정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식의 사설 강좌는 불법소지가 있다”며 “그러나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고 해도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일 뿐, 보호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만큼 참고 자료 이상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도 “일부 경우 작전세력에 이용돼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우려도 있으니 맹신은 절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투자자 스스로 옥석을 가리고 강좌를 통해 단기간에 얻은 정보나 학습 효과를 그대로 시장에 적용하지 말라는 충고도 한다. LG투자증권 황창중(39) 투자전략팀장은 “사설 강좌를 찾을 정도로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간접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하루 50여건 넘어,204개업체 성업중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타면서 한동안 뜸했던 사설 증권강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구소, ○○투자정보, ○○컨설팅이라는 이름의 업체들이 실시하는 증권강좌는 주말이 되면 서울 여의도, 강남, 종로 일대에서만 20~30여건이 열린다.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것까지 합하면 하루 50여건은 족히 넘는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추산. 참가비가 회당 2만~5만원에 이르지만 수강생들은 20명에서 많게는 200여명까지 몰려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되는 사설 증권강좌 업체는 ‘신고제’로 현재 자동응답서비스(ARS) 업체까지 합쳐 204개가 성업중이다. 사설 증권강좌 업체인 J연구소 L강사는 “올들어 주가가 오르면서 활동을 하지 않던 업체들도 강연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