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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테마 10제] (2)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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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테마 10제] (2)선거

입력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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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월드컵축구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정치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대회운영과 한국 팀의 성적이 올해의 양대 선거와 관련해 여러 가지 변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월드컵 기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6월13일)가 직ㆍ간접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및 대회의 성공적 개최 여부는 12월의 대통령선거와도 무관할 수 없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지방선거에서 여야 어느 편에 유리할까.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6월4일 폴란드전(부산), 10일 미국전(대구)을 주목하고 있다. 두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의 16강 진출여부가 지방선거 하루 전에 사실상 가려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계산은 조금 복잡하다.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각종 대여 공격카드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무력화할 개연성이 있다. 또 미국과의 경기를 둘러싸고 반미 감정이 격해질 경우 한나라당에 불리할 수도 있다.

미국에 발목이 잡혀 16강이 좌절되면 대북정책 등에 있어 부시행정부와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한나라당이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6월14일 포르투갈전(인천)에 앞서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것을 최고의 시나리오로 꼽는다. 각종 게이트 등으로 인한 민심이반이 상당부분 희석될 것으로 기대하는 탓이다.

지방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당내 경선 통과가 발등의 불이다. 그러나 후보가 된 뒤에는 월드컵과 선거의 함수관계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개최도시의 경우 현 시장이 후보로 나설 경우 귀빈석에 초청받지만 다른 후보들이 초청받지 못하는 것은 예전에 없던 변수이다. 의전실 등에서는 정치인들의 귀빈석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과 대선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치러져 경기상승과 국민화합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경우 여당후보에게 유리하다. 특히 ‘국민의 정부’의 경제공과는 올해 대선의 핵심 쟁점인데 경기가 상승하면 그만큼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측은 중요한 대여 공세카드를 잃는다.

한국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정치적 명운도 월드컵 결과에 달려 있다. 정 의원은 최근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신당 창당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향후 대권을 향한 창당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월드컵이 성공하면 그의 운신폭은 넓어진다. 반대일 경우 정 의원은 집단적 패배감에 따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월드컵과 대선주자간 함수관계는 1997년 대선 직전 열린 한국의 프랑스월드컵 예선전이 잘 보여준다.

당시 야당의 김대중 후보가 한일 1차전 참관을 위해 도쿄로 가려 하자 참모진은 “패배하면 DJ때문이라고 할 것”이라며 만류했다. DJ는 참관을 강행했고 참모들은 한국팀이 2:1로 이기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해 12월 DJ는 여당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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