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식 없이 각자 일에 열중하는 딩크(DINKㆍDouble Income No Kid)족이 늘고 있다.자식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아이를 갖지 못해 고통을 겪는 부부의 숫자도 점점 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불임 부부의 숫자가 100만 쌍을 넘어섰다. 이는 10쌍의 가임 부부 중 1쌍이 불임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임 부부가 최후에 선택하는 방법이 흔히 말하는 인공 수정이다. 하지만 이 인공 수정은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성공할 때까지 겪는 정신ㆍ육체적 고통이 심해 선뜻 시도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최근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아기가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보다 저체중아나 기형아로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불임 부부들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불임은?
불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1년 넘게 해도 임신이 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부부가 한 번의 월경 주기당 임신할 수 있는 확률은 20~25% 정도. 보통 결혼 후 1년 내에 70~80%가 임신하며, 2년 내에는 80~90%가 아기를 갖게 된다.
한양대구리병원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만약 이 기간이 지나도록 임신되지 않으면 불임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임이 의심되면 남성이 먼저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여성보다 진단이 간단한데다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남성 불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임 원인은 남성이 40%, 여성이 40%, 둘 다 문제가 있는 경우가 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은 정자량이 적거나 정자의 질이 나빠 임신 확률이 떨어지는 정자형성 장애다.
전체 남성 불임 환자의 80~90%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밖에 호르몬에 이상이 있거나 사정관이 막히는 경우에도 불임이 될 수 있다.
여성 불임은 난관(卵管) 이상으로 인한 경우가 전체 불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난관은 정자의 이동 통로로 배란된 난자를 수정시키고 수정란을 자궁 속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불임이 된다.
배란 이상도 불임의 한 원인이다. 과거에는 내분비기관 이상이나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배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무리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로 인한 배란 이상이 늘고 있다.
▼불임 치료 어디까지 왔나?
1978년 영국에서 최초로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난 이래 불임 시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강인수 제1의학연구소장은 “국내에서 해마다 8,000명이 넘는 신생아가 시험관으로 태어나고 있으며, 시술 성공률도 선진국의 평균 성공률 20%보다 훨씬 웃도는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남성 불임에는 인위적인 미세조작으로 직접 수정을 해 임신을 유도하는 정자 직접 주입술을 사용한다.
주로 정자가 비정상이거나 척추장애 등으로 사정장애가 있을 때 이 방법을 시술한다. 여성 불임에는 인공 수정, 시험관 아기 시술 등을 이용한다.
인공 수정은 배란기 전후에 채취해 특수 처리한 남편 정액 중에서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모아 직접 자궁 안으로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자궁경부의 점액이 비정상적이거나 정자의 수가 적을 때 주로 시행한다.
한편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자와 정자를 체외 수정한 뒤 수정란이 배아로 발달하면 자궁으로 이식하는 방법으로, 난관이 막힌 경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 배란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정자가 난관까지 도달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한다.
최첨단 불임 치료법으로는 생리 초기나 중간에 미성숙난자를 여러 개 채취ㆍ배양한 뒤 이를 체외 수정해 이식하는 ‘미성숙 난자의 채취와 체외 수정법’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술법은 임신성공률이 28% 정도로 높고 모든 불임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인공 수정 아기 문제있나?
불임부부들은 어쩔 수 없이 인공 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법 등을 선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운치 않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인공적인 시술 과정을 거쳐 태어난 아이가 과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최신 호에 실린 두 편의 보고서는 인공수정의 불안전성을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관과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아기들은 심장과 콩팥 등에 결함이 있는 기형아로 태어날 위험이 일반 아이(4.2%)보다 훨씬 높은 8.6%로 나타났다.
또 인공적으로 수정된 아기는 일반 아이보다 저체중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2.6배나 높았다.
얼마 전 스웨덴 웁살라대학 아동병원 보스트롬베르그 박사는 의학전문지 ‘란셋’에 “1982~1995년에 태어난 인공수정 아기 5,680명과 정상 아기 1만1,360명을 비교한 결과 인공 수정 아기가 정상 아기보다 뇌성마비 위험이 3배, 발달장애 위험이 4배나 높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아이가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연구발표가 나오기 시작하자 불임 부부들은 한 가닥 희망마저 버려야 하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의들은 이 같은 견해에 아직 동조하지 않고 있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 소장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기가 불안전한 것이 아니라 쌍둥이로 태어난 아기가 위험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라며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쌍둥이가 아니라면 정상 수정으로 태어난 아이와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험관 아기의 쌍둥이 출생 비율이 20~30%인데 시험관 아기에게서 쌍둥이가 흔한 것은 배아를 이식할 때 산모 나이와 자궁내막 상태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보통 배아를 2~3개, 많게는 4~5개까지 이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소 이우식 과장은 “지난 15년 동안 차병원에서 태어난 시험관 아기 6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와 시험관 아기 사이에 체력이나 지적 능력, 사회 적응력 등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의들은 “최근 시험관 아기에 대한 부정적인 논문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는데, 이보다는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더 많으므로 불임 부부들이 인공적인 수정에 대해 두려움부터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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