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고 싶어요.그래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게 더욱 기뻐요"12세의 아프가니스탄 소녀 모하메드 라슐 바쉬르는 23일 난생 처음 교문을 들어서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천형(天刑)의 땅’과 같았던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이 23일 6년 만에 감격의 등교길에 올랐다.
아프간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엔 아동기금은 탈레반 정권의 여성 차별정책으로 그동안 교육에서 소외됐던 소녀들을 포함, 이날 전국적으로 150만 명의 어린이들이 역사적인 개학식에 이어 첫 수업을 받았다고 전했다.이날 일제히 문을 연 각 학교는 과도정부가 마련한 새 교육과정에 따라 남자 학생들 만을 대상으로 가르쳐왔던 근본주의 이슬람 교리 과목을 폐기하고 수학 등 일반과목으로 수업을 실시했다.
소녀들에게 배움의 문이 닫혔던 것은 폐허를 쌓은 전쟁의 굴레 때문 만은 아니었다.탈레반 정권은 1996년 집권하자 마자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 8세 이상 소녀의 교육을 완전히 금지했다.
소년에게도 이슬람 교리 만을 가르치도록 강요하는 등 탈레반 치하 아프간은 '교육의 사막'이었다.더욱이 탈레반 집권 이전부터 거듭된 내전으로 수많은 학교가 파괴돼 교육기능은 20년 가까이 마비되고 있는 셈이다.아프간 성인 남녀의 문맹률은 각각 70%와 90%를 넘나들고 있다. 이날 각 학급에 10대 중반의 초등학생,20대 고교생들이 수두룩했던 것도 이 같은 폭정이 낳은 결과다.
탈레반은 사라졌지만 모든 어린이에게 교문이 열린 것은 아니다.아프간 정부는 올해도 취학 연력의 인구 440만명 가운데 2000만명 이상이 빈곤,또는 시설 부족으로 교육을받지 못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날 수도 카불의 중앙초등학교 개학식에 참석한 하미드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반은 "오늘 우리는 행복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이 학생들의 아프간의 미래"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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