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은 은행털이를 소재로 한 영화 ‘히트’ 를 수차례 시청한 뒤 사전에 치밀한 시나리오를 짠 후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군ㆍ경 합동수사반도 이날 해병대 출신의 유모(23)씨가 자신의 수첩에 작성, 휴대한 범행 계획을 보고 이들의 주도 면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압수된 유씨의 수첩에는 ‘1차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5일 수방사 총기 탈취를 위한 준비물, 주의사항, 행동요령 및 다짐 등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자동차 복장 정글화 장갑 철사 청색테이프 타이거마스크(복면) 절단기 등이 등장하며 특히 자동차의 경우 “2차 때까지 쓴다”고 적어 이미 은행 강도를 염두에 뒀음을 짐작케 했다.
주의사항 메모에 나타난 이들의 범행일 선택 및 요령은 군 작전을 방불케했다.
▦시간은 군 경계병의 긴장이 풀리는 새벽 2~3시대 ▦범행일은 시야가 좁아져 잠입이 수월하고 소리가 잘 나지 않는 비 온 후 ▦계절은 바깥 활동이 드문 겨울을 택한다는 글과 함께 ‘지문은 남기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최대한 어둡고 식별하기 어려운 몰골로 잡입한다 ▦초병 교대 시간과 주ㆍ야간 초소 등을 파악한다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여라 등 마치 적진 잠입 요령 같은 메모도 눈에 띄었다.
유씨는 ‘남자는 배포다’ ‘처음 한방이 중요하다’ ‘믿음 확신 자신감이면 성공이 보인다’ 는 메모를 통해 자신과 공범에게 범행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범행 이용 차량을 훔치면서도 차량과 번호판을 각각 다른 장소에서 훔치고 범행장소나 범행이용차량 등에 지문을 전혀 남기지 않아 군ㆍ경의 추적을 힘겹게했다.
■영화 '히트'
영화'히트'는 1995년 제작된 전형적인 헐리우드 갱 영화.수사관에게 ?i기던 갱 두목이 새로운 삶을 찾아 외국으로 탈출하기 전 마지막으로 미 LA중심가의 은행을 털다가 붙잡히는 스토리다.도심에서의 경찰과 범인 간의 대규모 총격전 장면,로버트 데 니로와 알 파치노의 대결로 화제가 됐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