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상 최고의 골장면은 누가 연출했을까. 많은 축구저술가들은 1986년 멕시코대회 당시 잉글랜드_아르헨티나(6월23일)의 8강전에서 나온 마라도나의 두 번째 골을 꼽는다.아르헨티나가 1_0으로 앞선 후반 10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잡은 마라도나는 60m를 바람처럼 달렸다. 순식간에 두 명을 따돌린 그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레이 윌킨스를 제쳤다.
수비수 테리 펜위크가 페널티에리어에서 저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골키퍼 피터 쉴튼마저 뛰쳐나왔으나 판단착오로 넘어졌다.
테리 부처의 필사적인 태클도 사뿐히 뛰어넘은 마라도나는 착지하는 순간 넘어질 듯 몸이 뒤로 젖혀졌으나 가볍게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초. 마라도나가 발로 볼을 터치한 횟수는 9번이었다.
사실 더 유명한 장면은 이 골이 터지기 불과 4분전에 펼쳐졌다. 볼이 상대문전 앞에서 높이 떠오른 순간 마라도나와 골키퍼 쉴튼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골키퍼의 등을 지고 떠오른 마라도나의 몸에 먼저 볼이 닿았고 볼은 네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손으로 밀어 넣은 것인지 백헤딩 슛인지 확연치 않았다. 쉴튼이 핸들링이라고 항의했지만 주심은 골을 선언했다. 마라도나는 경기 후 “신의 손과 나의 머리가 만들어낸 골”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르헨티나는 마침내 이 대회에서 마라도나의 신기를 앞세워 우승했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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