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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1)소나무에도 꽃이 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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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1)소나무에도 꽃이 핀답니다

입력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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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철이 피고 지는 식물들. 그리고 그 속에 감추어진 식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보자고 했습니다.그냥 문화적인 이야기나 식물학적인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곁에 있어 사소하거나, 흔한, 혹은 씩씩한 식물들의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열고 느끼다 보면 그 속에서 진지한 과학을 발견하는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의 끝머리에서는 “아하! 그렇구나”하는 새삼스런 발견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오래 동안 식물공부를 해왔지만 누구 하나 친절하게 이러한 이야기를 알려준 사람 없었고, 어디 책이나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속 시원한 혹은 입맛에 맞는 정보는 찾아내기 어려운 까닭에 이러한 시도는 참 벅찬 일이다 싶기는 합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제비꽃의 작은 꽃잎 속에, 바람에 날아가는 민들레의 솜털 달린 씨앗 속에서 감추어진 우주처럼 다양하고 재미난 세상을 알아야만 관심도 갖고, 사랑도 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과학도, 자연사랑도, 아름다운 시와 노래도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부족한 글머리를 열며 너무 거창한 마음을 품었나 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아우르는 제목을 생각하면서 자꾸만 ‘꽃과 나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꽃과 나무는 너무 흔히 쓰는 말이기에 다른 어떤 말도 이보다 자연스럽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이토록 당연하게 쓰고 있는 꽃과 나무는 모순이 있는 말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아는 꽃이라는 단어 속에 포함된 이미지는 풀입니다. 그 상대어로 나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나무의 상대어는 꽃이 아니고 풀입니다.

또 꽃은 나무든 풀이든 상관없이 모두에게 달리는, 후손을 퍼트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식물의 생식기관 일뿐입니다.

벚나무나 산수유, 소나무들은 분명 나무이지만 꽃이 피구요. 민들레나 제비꽃은 꽃이 피는 풀일 뿐입니다.

소나무에도 꽃이 피냐구요? 물론입니다. 꽃이 피니까 솔방울 같은 열매도 맺지요. 소나무의 꽃의 화려한 꽃잎을 가지고 있지 않아 눈에 잘 뜨이지 않을 뿐입니다.

꽃이 없다는 뜻을 가진 무화과나무도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어 눈에 띠지 않은 것입니다.

앞으로 ‘꽃과 나무’가 아닌 ‘풀과 나무’, 즉 식물이야기를,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꽃, 혹은 열매 혹은 잎새들의 변화무쌍한 세상을 함께 풀어갑니다.

주변에 살고 있는 풀과 나무의 종류를 함께 배우면서 말이죠.

/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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