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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선 비방전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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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선 비방전 '위험수위'

입력
200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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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간된 한 저서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자신의 여성 스캔들을 사실상 인정했다.”2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기자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측근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 후보의 경선 라이벌인 노 후보를 깎아내리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는 전날에도 “어느 정계원로가 노 후보의 서민 대 귀족 대결 주장은 프롤레타리아 혁명같아 불안하다고 했다”며 갖가지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이 후보측의 이런 행태는 노 후보의 지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이는 ‘노무현 돌풍’에 대한 쐐기박기 측면이 크다.

그러나 최근 이 후보측의 공격은 단순한 말싸움이나 신경전의 수준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이념문제나 색깔론을 쟁점화하려는 의도도 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경선초기에는 노 후보가 오히려 그랬다. ‘이인제 대세론’이 기승일 때 그는 1990년 3당 합당과 97년 신한국당 경선 불복 등을 찌르며 틈만 나면 이 후보의 정통성을 겨냥했다.

“신한국당 경선에 떨어진 뒤 탈당, 대선에 출마했다가 패배하고 민주당에 온 사람을 민주당 후보로 하면 결국 한나라당 후보들끼리 경쟁하는 꼴”이라고 했다.

경선은 상호비판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합당하기만 하면 상대공격도 얼마든지 허용되는 공개무대이다. 그러나 상호공방이 이 정도까지 이르면 양상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두 사람은 모두 같은 당 아래 같은 정강정책에 합의한 당원들이다. 아무리 비판을 하더라도 같은 당을 하는 사이라면 넘어서는 안될 최소한의 선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비방전에 혹시 뭔가의 의도가 깔려있다면 더욱 걱정이다. 저급한 인신공격과 턱없는 비방의 결과가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박정철 정치부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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