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전설의 시대'“문학은 영화의 환상을 만들어 주는 원자재이다. 영화는 많은 경우에 문학 작품을 모태로 삼아 태어나기 때문에 문학은 원료이고 영화는 가공품인 관계를 맺는다. 문학은 영화라는 밥을 짓도록 많은 쌀을 제공했다.”
그래서 소설가 안정효(61)씨는 문학과 영화의 관계를 풀어보기로 했다.
‘전설의 시대- 헐리우드 키드의 20세기 영화 그리고 문학과 역사’(들녘 발행)는 그 탐구의 결실이다.
안씨는 앞으로 계속해서 20세기의 문학적인 영화를 정리해 모두 20권의 책을 쓸 계획이다.
그는 먼저 아라비안 나이트나 아더 왕, 로빈 후드의 전설 같은 고전 텍스트가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는지를 조명했다.
아라비안 나이트만 해도 ‘알라딘과 마술램프’ ‘신밧드의 모험’ 그리고 천일야화를 들려주는 세헤라자데 이야기가 수많은 영화로 옮겨졌다.
작가의 눈은 마술램프 같은 소도구에서 이루지 못하는 소망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찾아낸다. 한편으로 시대의 변화를 한탄한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그렸던 옛 영화는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에 꿈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었지만, 최근의 영화는 상상력을 부추기는 아스라한 전설이 쏙 빠져 버렸다”고 안타까워한다.
떼강도 두목 로빈 후드의 1991년판도 아쉽다.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로빈 후드는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한데다, 전형적인 미국 얼굴이어서(로빈 후드 이야기는 영국 가사 문학이다) 현실감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의적 로빈 후드의 전설을 한국의 설화와 영화에 대입하는 시도도 흥미롭다.
“뼈빠지게 일을 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절에는 사람들이 범죄를 미덕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난다. 그래서 서양의 로빈 후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홍길동, 임꺽정 같은 인물이 명성을 얻는다”
허균의 ‘홍길동전’을 영화와 만화로 제작한 것만 해도 1935년부터 1964년까지만 11편에 이른다고 한다.
문학의 원형인 신화를 옮긴 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오디세우스나 트로이아의 명장 헥토르 같은 신화의 영웅들은 현대 영화에서 초인(超人)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배트맨, 로보캅, 터미네이터, 이소룡이나 성룡 같은 캐릭터가 그렇다. 신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든 헤라클레스는 영화 속 수퍼맨과 다르지 않다.
항상 인간 곁에서 고통을 달래주는 직책을 맡았던 헤라클레스처럼 수퍼맨도 언제나 인간을 보호하는 친구가 됐다.
안씨의 메시지는 결국 한 가지다. “문학 텍스트는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변주된다”는 것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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