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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명랑소녀 성공기' - 뻔한 이야기지만 재미가 쏠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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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명랑소녀 성공기' - 뻔한 이야기지만 재미가 쏠쏠하네

입력
200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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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산골에서 올라온 명랑소녀 양순의 출세기 ‘명랑소녀 성공기’(SBS)는 가깝게는 ‘수호천사’, ‘토마토’를, 더 거슬러올라가면 ‘미스터Q’를 빼닮았다.속옷회사에서, 제화회사로, 음료회사로, 이번에는 화장품회사로 공간적 배경만 바뀌었을 뿐이다.

흑백논리에 가까운 선악 대립,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등장인물, 재능과 열정으로 온갖 훼방을 극복하며 사회에서 성공하는 스토리가 한결같다.

‘수호천사’를 제외하면 모든 작품이 이희명 극본, 장기홍 연출이다.

양순(장나라)은 김희선( ‘미스터Q’와 ‘토마토’)이나 송혜교(‘수호천사’)처럼 가난하지만 착하고 재능있는 여성. 캔디와 신데렐라를 섞어놓은 인물이다.

그런 여자주인공을 도와주는 기태(장혁) 역시 이전 드라마에서의 김민종이나 김석훈의 변주에 불과하다. 단진 보다 부유하고 능력있으면서 코믹한 성격이 강화됐다. 훼방꾼도 빠질 리 없다.

양순의 사랑과 성공을 방해하는 못된 나희(한은정)는 ‘미스터Q’의 주리(송윤아), ‘토마토’의 세라(김지영)처럼 경영주의 딸이면서 양순보다 재능이 뒤떨어진다.

양순이 화장품회사의 포스터 공모전에서 재능을 드러내는 것처럼, 여주인공이 디자인공모전을 통해 회사와 인연을 맺는 상황도 낯익다.

‘명랑소녀 성공기’는 ‘명랑한 신데렐라가 백마 탄 왕자를 만나다’고 홍보할 정도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감추지 않는다.

16부중 4부까지 방송된 현재 이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을 맺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포스터공모전 우승으로 화장품회사에 들어간 양순은 기태의 보이지 않는 도움 속에 능력을 발휘하지만 매번 일이 꼬일 테고, 기태는 준태(류수영)의 계략으로 회사경영에 곤란을 겪지만 결국 양순이 개발한 신상품이 히트를 쳐 살아날 것이다.

네티즌들도 인터넷게시판에 “뻔한 내용일 것은 분명지사” “정해진 레퍼토리가 아닌 다른 내용이었으면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소녀 성공기’는 재미있다. 우선 장나라가 김희선이 아니고, 장혁 역시 김민종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충청도 사투리에 팔자걸음, 츄리닝 차림도 마다하지 않은 장나라는 마냥 예쁘지만도 않고 연민을 자아내지도 않는다.

속으로는 여리면서도 겉으로는 무뚝뚝한 척하는 장혁의 캐릭터 역시 그가 주연한 만화적 분위기의 영화 ‘화산고’의 김경수와 닮았다.

유쾌한 만화적 상상력은 영상과 상황연출에서 극대화됐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꿈을 꾸는 양순은 와이어 액션으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주먹으로 한대 맞은 등장인물은 만화에서처럼 별표만 그려지지 않을 뿐 얼굴표정은 우스꽝스럽게 찌그러진다.

스토리 전개에 대한 궁금증 보다 이런 에피소드와 캐릭터의 독특함이 ‘명랑소녀 성공기’를 초반부터 높은 시청률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나 드라마 속의 캐릭터, 에피소드도 반복되면 점점 매력이 떨어지는 법.

‘명랑소녀 성공기’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상황연출과 인물 변화로 그 매력을 유지해 갈지 궁금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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