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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빵에 의한… 빵을 위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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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빵에 의한… 빵을 위한 역사

입력
200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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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역사/하인리히 야곱 지음ㆍ곽명단 등 옮김/우물이있는집 발행/2만 5,000원고대 이집트인은 ‘빵을 먹는 사람’이었다. 이집트 고분벽화에 남겨진 ‘람세스 왕의 제빵소’광경이 이를 증명한다.

빵의 역사는 기원전 4,000년 이집트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빵의 역사’의 저자 하인리히 야곱(1889-1967)은 고대 이집트부터 1943년까지 인류 문명에서 빵의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빵을 단순히 식욕을 채우는 먹거리로 치부하며 생활사를 기술하는데서 그치치 않았다.

인류와 함께 한 6,000년 동안 빵 즉 식량은 서구 역사의 향방을 결정한 원동력이었다. 인간의 주린 배를 채워준다는 것은 곧 빵이 권력의 강력한 도구임을 의미한다.

예수는 스스로를 ‘생명의 빵’이라고 칭하며 ‘빵의 신’이 됨으로써 거대한 종교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로마 제정은 빵의 부족으로 멸망하고 만다. 나폴레옹의 몰락도 빵에서 비롯됐다.

러시아 전투에서 빵을 실은 마차는 기병대의 진격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50일을 굶주린 프랑스 병사는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남북전쟁에서 북부의 승리 또한 이곳이 밀 생산지로 식량 확보에서 유리했기에 가능했다.

야곱은 빵의 권력을 몸소 체험한 지식인이었다. “진짜 빵을 맛볼 수 없었다”고 그는 독일 부켄발트 강제수용소의 수감생활을 이렇게 떠올렸다.

유대인이었기에 1938년부터 1년간 수용소에서 갇혀지냈다.

‘그들은 배불렀다’는 성경 구절이야말로 인간의 행복, 만족, 감사를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도 잃어본 후에야 빵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한 인간의 고백인 셈이다.

오스트리아 일간지 기자였던 저자는 20여년간 4,000권이 넘는 책을 통해서 얻어낸 박학다식을 이 책에 녹여냈다. 친숙한 소재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다.

원저는 1944년에 출간됐으나 6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의 분석은 유용하다. 빵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기 때문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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