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보는 우리의 눈은 현안에 대한 당장의 합의 보다는 이 합의가 미래의 양국관계에 어떻게 투영되느냐에 쏠려있다.양국 관계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압축적으로 말해주듯이 특수관계 중 특수관계다. 양 정상의 만남이 이번이 네번째고 양국은 월드컵 공동개최 등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있지만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와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 대 북한 정책에서의 공조 등 미결의 현안이 많다.
양 정상이 월드컵 개ㆍ폐회식에 교차 참석하고, 월드컵 기간중의 한시적 비자면제와 항공편 증설 등 월드컵의 성공을 위한 합의를 도출한 것은 당연하다.
또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정부도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발족, 논의를 한단계 끌어 올리고, 지난해 상하이(上海)정상회담에서 이뤄진 7개항 합의 이행에 노력키로 한 것도 예상됐던 성과물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방한은 일본의 역사왜곡과 과거사 사죄 등 뜨거운 현안이 있었던 지난해 10월의 첫 방한 때와는 달리, 양국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자는 상징성에 비중이 있다. 이 때문인지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민에 가까이 가려는 여러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웠고, 강남에서 일반 시민들과 대화했다. 천년의 고도 경주도 방문한다. 공동기자 회견장에 입ㆍ퇴장하면서 김 대통령의 뒤를 밟고 악수할 때 두 손으로 하는 등 정중한 모습도 갖추었다.
문제는 고이즈미 총리의 한국에 다가서려는 제스처가 어떤 결실을 맺느냐이다. 그의 달라진 모습이 제스처로 끝나면 일본은 역시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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