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데이비드 앤드루스 등 지음ㆍ강현석 등 옮김/이소 발행/1만 3,000원‘소비 문화’라는 신흥 종교의 삼위일체는 다음과 같다. 스포츠 산업, 연예 산업, 투철한 자본주의 정신.
‘스포츠 스타’는 이 중 한가지 축인 스포츠 산업을 해부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스포츠와 문화연구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앤드루스와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에서 스포츠사회학을 가르치는 스티븐 잭슨 등 전문가 13명의 글을 엮어 2001년에 나온 책이다.
필자들은 문화와 정치, 경제와 기술적인 힘이 어떻게 결합해서 스포츠 스타를 생산해 내는지, 공인인 스포츠 스타가 어떻게 대중의 개인적 체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를 한 사람씩 사례로 드는 분석 방식을 택해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데니스 로드맨, 테니스 선수 앤드리 애거시와 비너스 윌리엄스와 마르티나 힝기스, 골프 신동 타이거 우즈, 축구 선수 이언 라이트와 폴 개스코인과 데이비드 베컴, 디에고 마라도나, 야구선수 노모 히데오, 육상 선수 캐시 프리먼 등 스포츠 스타 13명의 ‘정치 행위’가 펼쳐진다.
그것은 분명 정치다. 사람들은 스포츠 스타의 생활 방식과 애정 문제, 경제적 능력에 커다란 관심을 갖는다.
평범한 인간을 매혹시키는 스타의 이미지는 그러나 철저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 뒤에는 국가와 기업의 치밀한 전략이 교묘하게 숨겨졌다.
“스포츠 스타가 펼치는 드라마와 개성, 세계적인 호소력 등으로 미뤄 볼 때, 스포츠 산업은 새로운 헐리우드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아이콘을 살펴 보자. 우리 시대 스포츠 스타의 대표로 가장 먼저 꼽힐 만한 농구 황제 나이클 조던.
조던은 20세기 후반 자본주의와 인종 이데올로기를 절묘하게 이용해 명사의 지위에 올랐다.
그는 그 자체로 문화 아이콘이 됐다. 당연하게도 나이키와 맥도널드, 코카콜라, 시보레 같은 기업 광고에 힘입은 것이다.
그는 ‘나이키를 신은 예수’다. 전세계적인 NBA 열풍을 타고 조던은 ‘나이키’라는 복음을 전하는 전도사가 된다.
조던이 코트에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열광하는 팬들은 ‘just do it’이라는 나이키의 광고 카피를 떠올린다.
같은 흑인 농구 선수지만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아이콘은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로드맨의 염색한 머리와 귀고리, 이상한 복장은 조던의 ‘선한 흑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그는 종종 ‘안티 조던’으로 규정된다.
“정치는 똥”이라고 하는 로드맨 자신이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역설적이다. 백인 우월 의식으로 가득찬 미국 사회에서 그는 킹콩과 다름없는 ‘검은 괴물’이다.
이 근육질 괴물의 난폭한 행동은 놀랍게도 전복적 기도를 상징한다. 보수적인 백인 남성은 제멋대로인 로드맨을 통해 일탈에 대한 욕망을 해소한다.
그렇다면 백인 스포츠 스타는? 테니스 선수 앤드리 애거시. 1990년대 초반 그는 극도로 빈약한 훈련량과 나태하고 의욕 없는 경기 태도 때문에 격렬히 비난받는 선수로 알려졌다.
90년대를 휩쓸던 X세대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애거시는 그러나 이후 승리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그의 성공이 게으른 X세대를 교화하는데 이용됐음은 물론이다.
애거시는 젊은 백인 남성이 본받아야 할 인물로 자리잡았다.
여성 스포츠 스타는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질까.
호주 원주민인 캐시 프리먼이나 흑인인 비너스 윌리엄스 같은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인종 이데올로기를 제외한다면, 여성 운동 선수는 어느 것보다도 성적인 매력이라는 문화 기호를 내세우게 된다.
‘글래머 걸’ 마르티나 힝기스가 그렇다. 미디어를 통해 힝기스는 육감적인 면과 섬세한 면을 두루 갖춘 매혹적인 모델로 나타난다.
힝기스는 클레어롤 화장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오메가 시계 같은 광고에 출연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의 이미지는 땀 흘리는 운동 선수가 아니라 멋진 몸매를 가진 스포츠 스타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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