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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 佛 '시인들의 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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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 佛 '시인들의 봄' 축제

입력
200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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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봄은 시의 선율과 함께 다가온다.22일 개막해 27일까지 계속되는 파리국제도서전에 앞서, 올해 4회를 맞는 '시인들의 봄' 축제가 11~17일 일주일 동안 프랑스 전국에서 벌어졌다.

'시인들의 봄'은 1999년 문교부ㆍ문화공보부 주최로 시의 대중화를 위해 창시돼 봄맞이 중요 문학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살아있는 시'를 기치로 서점 카페 식당 역 병원 극장 학교 유적지 등 사람들이 모인 곳곳마다 시 낭송회, 시인과 독자의 만남, 시집 전시회, 시 경연대회등 무려 8,000여 개의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

2002년은 소설가이자 낭만파 대시인 빅토르 위고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로 더욱 이채로왔다.

'시인들의 봄' 주간 동안 유아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프랑스의 모든 학교 교사들은 위고의 시 낭독으로 수업을 시작했고, 연극인들은 24시간 동안 위고의 시를 릴레이로 읊어 그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이번 행사의 절정이자 대단원은 파리의 중심 시테 섬에 위치한, 14세기까지 프랑스 왕실의 왕궁부속건물이었고 그 후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역사적 장소에서 이틀 동안 열린 시의 향연이었다.

대혁명 당시 하루 3,000명의 죄수들이 단두대로 끌려가며 절규했던 곳, 마리 앙트와네트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있는 듯한 그곳을 '시인들의 궁'으로 탈바꿈시켰다.

고딕식 원형 기둥 사이사이에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사, 출판사, 서점은 물론 중국과 남동유럽 아랍 아프리카 서인도제도 등의 여러 나라 대표가 모여 150여개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특히 파리 주재 한국문화원도 김소월 서정주 고은 황동규 이가림 조정권 등의 불어로 번역된 25권의 한국 시집 전시회를 시화전과 함께 열어 수많은 인파의 눈길을 끌었다.

필자는 ‘시인들의 궁’ 옛 위병대기실에서 열린 한국 시 낭송회에서 한복을 입고 우리 시를 낭송했다.

한 나라의 고유한 전통 문화 속에 흐르고 있는 시의 정신을 발견하는 것도 파리의 ‘시인들의 봄’이 주는 매력이다.

조혜영 재불 번역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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