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가 인상 경쟁을 주도한 주요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경기 호황에 힘입어 순이익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최근 정부의 분양가 규제 움직임을 의식한 탓인지 순이익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주택사업 실적결산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 대형업체 장사 잘했다
21일 각 업체에 따르면 LG건설은 지난해 1,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겨 업계 최고 실적을 올렸다. LG건설은 지난해 9,300여가구를 분양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9.9% 늘어났다.
삼성물산은 올해 매출액(1조8,000억원)이 지난해(1조6,678억원)보다 늘었으나 건설부문 사업 부진으로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751억원에서 285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실적을 가집계한 결과 6조2,79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1조2,104억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신규 분양호조와 미분양주택 소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했으나 역삼동 스타타워(옛 아이타워) 매각손으로 9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기 졸업을 앞둔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은 영업이익 발생에도 불구하고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경상손실이 발생했으나 채권단으로부터 각각 8,660억원, 4,300억원의 출자전환을 받아 각각 1,465억원, 6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 높은 분양가에서 비롯됐다
대형 건설업체의 경영실적은 높은 아파트 분양가를 통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 조사에 따르면 98년 2월 분양가 자율화 이전인 97년 한해동안 서울 동시분양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평당분양가는 508만원이었다.
이후 해마다 뜀박질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829만원을 기록, 불과 4년 만에 63% 급등했다. 특히 강남권 50평형대 이상은 97년 519만원에서 지난해 1,300만원으로 무려 150% 올랐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99년 강남구 서초동 55평형을 1,050만원에 분양했으나 올해는 1,540만원에 분양했다.
삼성물산은 99년 강남 서초동에서 46평형을 730만원에 분양했으나 2000년에는 880만원으로 올랐다. LG건설 역시 99년 강북권 40평형대가 560만원선이었으나 작년에는 95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들 회사들은 아파트 분양가를 높여 이익을 남겼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택사업 부문의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받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건설ㆍ주택 등 각 사업부문별로 결산을 하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주택사업부문의 실적을 감추기 위한 속셈”이라며 “정부는 업계에 분양가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소극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분양가 산정이 적절한지 여부를 차제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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